한국일보

창의력이 넘치는 사람

2006-0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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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보스턴에서 조카의 결혼식이 있어 모처럼 많은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누님은 훌쩍 커버린 내 아들을 보고 아직도 어린애처럼 귀엽다며 10여년전 써 먹은 ‘유치한’ 질문을 했다.
“너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피식 웃고 넘기는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엄마 아빠가 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 건지겠니?”
유치한 질문에 아들놈이 웬걸, 대답을 한다.
“마더-”
엥? 농담 섞인 대답 같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묘해졌다. 이번엔 내가 아들에게 따지듯 물었다.
“그럼 나는~”
“아빠는 해병대니까 헤엄쳐 나오잖아요.”
대답이 걸작이어서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보통 이런 질문에 아이들은 구렁이 담 넘듯 피해 가는데 우리 아들은 아주 ‘현실적’으로 대답한 것이다. 이번에는 어느 대기업의 1차 입사시험에 합격한 인재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에서 나온 질문이다.
“당신이 늦은 밤 산길에서 두 사람만 탈수 있는 자동차를 몰고 가는데 산중턱에 노인 한분과 환자 한명 그리고 당신 애인도 함께 세 사람이 서 있는데 누구를 태울 것인가?”
수험생들은 생뚱맞은 질문에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시험관의 의중을 읽기 위해서다. 이 기업이 복지재단이냐 의료재단이냐 까지 파악해야했다.
경로사상을 생각하면 노인이 우선대상이고 봉사정신면에서는 환자를 태워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젊은 놈이 애인을 태워가야 한다고 솔직하면 점수를 받을 것 같기도 하고, 그야말로 머릿속에서 계산 굴리는 소리가 요란해진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엉뚱하게도 이런 답이 나왔다고 한다. 자동차를 환자와 노인에게 줘버리고 본인은 내려서 애인과 함께 걸어서 데이트를 하며 간다는 것이다. 그 기업 중역들의 의도 역시 이렇게 답한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적이고 기획력이 확고한 젊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렇다. 이 시대의 기업에 필요한 사람은 유능하고 진취적인 사고와 창의적이어야 한다. 자기 생각과는 달라도 상사의 눈치나 보며 잔머리나 굴리며 비위를 맞추려 한다거나 상사가 볼 때만 일하는 척하는 사람은 언젠가 기회가 오면 배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자기의 직분에 소신을 가지고 추진해나가는 진지한 사람은 어딜 가도 사랑받는다. 손해 본 사람이 하나도 없고 네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인데 이것은 꼭 유능하거나 학식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거듭 강조하지만 창의적이고 봉사정신이 몸에 배여 있어 이를 현실에 응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애인이냐, 웃어른이냐, 환자냐 꼼꼼히 계산을 하며 손익만 따지고 희생정신이 마음속에 살아있지 않다면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큰 재산인 자동차는 포기할 것인가”라는 면접관의 반문에는 “차는 환자와 노인에게 그런 편리를 봐주었는데 내일 아침 그의 아들을 시켜 우리 집으로 가져다주지 않겠습니까.”라는 믿음까지 가진 자라면 천군만마를 얻는 입사면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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