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숫자와 인생

2006-01-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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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숫자 속에 파묻혀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 몸무게, 키, 혈압, 당뇨, 및 콜레스테롤 지수 등을 들으면 한 사람의 외모 내지는 건강 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주소, 전화번호, 자동차번호도 모두 숫자다. 세금보고시 이름의 스펠이 조금 틀린 것은 봐주지만, 소셜시큐리티 번호는 숫자 하나만 틀려도 국세청으로 부터 이런저런 내용의 편지를 몇 번씩이나 받을 수 있다.
숫자로 표현되는 것 중 으뜸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아마 시간과 돈이 대표적이 아닐까?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는 법이나 돈을 잘 버는 법에 대한 기사나 책은 홍수를 이루지만 그대로 하기는 쉽지 않아선지 늘 시간에 쫓기고 돈에도 자유롭지 못한 게 솔직한 고백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 3만스퀘어피트 대지에 1만5,000스퀘어피트의 상가건물이 있고 1995년에 건축됐고 NOI는 35만불이며 캡비율은 5.8% 되는 600만달러짜리 샤핑센터도 모든 것을 숫자가 말하고 있다. 물론 로케이션과 경제 동향 및 정치 사회적인 요소 등 중요한 고려 상황들이 많지만 최종적인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숫자로 얘기해야 한다. 얼마를 투자하고 어떠한 융자를 받으며 들어오는 수입과 지출의 계산을 정확히 한 뒤, 현재는 물론 장래성이 있는 투자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게 된다.
소유한 돈의 단위가 높아지면 자신만만해 지고 세상에 “나는 것이 없게 된다. 숫자는 커질수록 신이 나고 춤까지 춘다. 때로 지나친 욕심이 춤추는 숫자와 어울려 무서운 회오리바람에 휘말릴 때도 있지만, 숫자와 잘 사귀어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히 그 단위를 높일 수 있다면 재미난 춤사위들이 될 수도 있겠다. 그 수치가 반드시 행복의 수치와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잘 벌고 잘 쓸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열심히 노력해서 쌓아가는 것만큼, 잘 씀으로 오는 보람과 기쁨은 커다란 축복이리라.
서녘에 지는 황금빛 햇살을 받아 바람결에 반짝이며 흔들리는 숱많고 키 큰 팜트리를 9층에서 내려다본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고 머리를 썼을까? 그러나 깨어진 에스크로와 거부당한 오퍼들. 오늘은 잠시 그런 건 다 잊기로 해본다. 기분 좋은 숫자만 생각해 보기로 하자. 마우나케아의 3번홀, 그 바다와 그린을 눈앞에 그려본다.


로라 김
<원프라퍼티>
(323)541-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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