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작자들’★★★½(5개 만점)

2005-12-16 (금)
크게 작게
‘제작자들’★★★½(5개 만점)

맥스(왼쪽)와 리오가 비서 울라를 사이에 놓고 희롱을 즐기고 있다.

(The Producers)

사기 치려던 각본이
오히려 대박 터트려

스크린에 옮긴 흥겹고 화려한 뮤지컬

2001년에 브로드웨이서 초연되면서 여러 개의 토니상을 받은 포복절도할 동명 뮤지컬을 대부분의 무대 배우들을 그대로 기용해 만든 옛날 할리웃 뮤지컬 스타일의 영화다. 그런데 이 뮤지컬의 원작은 원로 코미디언 멜 브룩스가 감독하고 제로 모스텔과 진 와일더가 주연한 1968년작 동명영화. 그러니까 영화-무대극-영화의 윤회를 한 셈
무대 뮤지컬은 못 봐서 평을 할 수가 없지만 영화나 연기로 따지자면 옛날 영화가 훨씬 낫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는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고 웃기면서 야단스러울 만큼 화려한 뮤지컬로 흥겹다. 영화라기보다 무대극을 카메라로 촬영해 옮긴 것같아 생명감이 부족한데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큰 기쁨과 재미를 제공할 것이다. 실컷 웃을 수 있다.
브로드웨이의 한물 간 제작자 맥스 비알리스탁(네이산 레인)은 슬럼프에 빠져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그의 물주들은 70이 넘은 섹스에 굶주린 할머니들인데 맥스와 이 할머니들과의 에피소드가 웃긴다.
맥스는 자기 장부를 정리하는 소심한 회계사 리오 블룸(매튜 브로데릭)의 속임수 장부 정리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떼돈 벌 계획을 짠다. 마다하는 리오를 반강제로 동업자로 삼은 맥스는 개봉 첫날 분명히 흥행에 참패할 뮤지컬의 수익권을 2만5,000% 불려 판 뒤 그 돈을 챙겨 리오로 튀자는 것(어떻게 해서 그럴 수 있는지 아무리 따져 봐도 알 수가 없지만).
실패를 위한 각본을 찾던 둘은 ‘히틀러를 위한 봄철’(Springtime for Hitler)이 진짜 엉터리라고 판정한 뒤 작가를 찾아간다. 글을 쓴 프란츠(윌 퍼렐이 배꼽 빠질 연기를 한다)는 나치 헬멧을 쓰고 슈와스티카가 그려진 완장을 찬 히틀러 숭배자. 그는 자기가 기르는 비둘기에게 나치식 경례를 가르칠 정도다.
다음에 필요한 사람은 연출자. 맥스가 고른 연출자는 역시 한물 간 여장남자 로저(게리 비치). 로저에게는 자기 애인이자 보좌관인 카르멘(로저 바트)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두 남자의 게이 연기가 맥스와 리오의 연기를 압도할 만큼 천박하게 재미있다. 캐스팅이 끝나고 맹연습 후 최후 순간에 카르멘을 히틀러 역으로 고용해 마침내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진다. 이 뮤지컬 안의 뮤지컬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나치 문장의 완장을 차고 가죽장화를 신은 나치들이 유럽을 점령하면서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야유와 함께 퇴장을 시작한다. 맥스와 리오는 계획이 성공했다고 희희낙락한다. 그런데 카르멘의 히틀러가 무대에 등장 게이 히틀러 연기를 하면서 관객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뮤지컬은 빅히트를 한다.
이 뒤로 영화가 필요 없이 장황하게 진행되면서 김이 빠지는데 그렇지만 깔깔대고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레인은 열연을 하면서 비록 찢어지는 목소리로 노래하지만 썩 잘 하는데 브로데릭은 노래와 연기가 어색하다. 그리고 두 남자의 비서로 나오는 울라(우만 서먼)는 미스 캐스팅. 특히 서먼의 노래는 못 들어주겠다. 수전 스토르만 감독. PG-13. Universal. 그로브 (323-692-0829)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