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바르게 달려 왔는가?’

2005-1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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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인 햄버스탬이 일본에서 경험한 실화라고 한다.
일본말을 전혀 할 줄 몰랐던 그는 그곳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많았다. 듣는 바로는 일본의 택시 기사들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하는데, 혹시 외출했다가 호텔로 돌아 올 때 길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호텔 방 안에 있는 성냥갑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로 한 것이다. 거기에 호텔 이름이 적혀 있으니 그것을 보여 주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잡았다. 운전사에게 성냥갑을 보여주면서 그곳으로 가자고 했더니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30분 이상을 운전해갔다. 그리고 도착했다는 신호를 해서 차에서 내렸는데, 그곳은 호텔이 아니라, 성냥 공장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바로 도착하려면 올바른 안내서를 가져야 한다. 확실치 않은 것을 보고 따라가면 엉뚱한 곳에 도착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확실한 것을 붙잡고 달려가야 바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한 해가 또 저물어 가고 있다. 무엇을 성취했는지 어떻게 달려 왔는지를 점검할 시간이 닥쳐 온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정말 가야할 곳을 향해 달려 왔는가 하는 자책감 때문이다. 성냥갑의 주소를 보고 공장으로 달렸던 운전사처럼, 엉뚱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잘한 줄 착각하며 서있는 나의 모습은 아닌지 모르겠다.
언제인가 목회 잡지를 읽다가 한경직 목사님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분이 아직 은퇴하기 전이었는데, 어떤 목회자들 모임에서 누군가가 질문을 했다.
“목사님 목회 성공의 비결이 무엇입니까?”
그때 한목사님께서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한 동안 대답을 못하셨다. 한참 후에 하신 말씀이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나는 아직 목회에 성공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을, 그것도 하나님이 판단하실 일을 저에게 물으니 당황이 됩니다.” 그때 장내가 숙연해 졌다고 한다.
요즈음은 대형 교회들이 많지만 당시는 독보적이라고 할만큼 큰 교회를 담임하셨던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으니 어찌 고개가 숙여지지 않았겠는가?
우리는 가끔 너무 성급하게 우리의 삶과 사역을 저울질 할 때가 많다. 엉뚱한 잣대로 인생을 평가하기에 때로 불필요하게 좌절하기도 하고, 반대로 엉뚱한 전리품을 손에 들고 환호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바른 평가는 하나님이 하셔야 한다.
귀한 세월은 오늘도 하염없이 흘러 가는데 하나님이 받으실 만한 열매는 과연 얼마나 될까? 좀 느린 듯 보여도 하늘의 부르심을 바라보며 그 날의 영광을 위해 달리는 인생이 되고 싶다


박 성 근 목사
(LA한인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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