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헨더슨 부인 제공’★★★★

2005-12-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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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 Henderson Presents)

나체 뮤지컬 히트로 때늦은 감정이

2차대전 때 나치의 공습을 받는 런던을 무대로 전개되는 즐겁고 쾌적한 뮤지컬로 할러데이 시즌에 적당한 영국 영화다. 내용도 재미있고 음악도 경쾌하고 로맨틱한데 특히 주인공 앤더슨 부인으로 나오는 주디 덴치의 지엄한 연기가 훌륭하다.
향수감을 자아내는 영화로 톡톡 쏘는 위트 있는 대사도 좋다. 그리고 덴치의 상대역을 맡은 밥 하스킨스의 연기도 볼만 한데 영화의 정신적 기둥인 두 남녀의 성격대결이 두 연기파의 중후한 연기에 의해 잘 표현됐다.
1937년. 인도에서 오래 살다 귀국한 헨더슨 부인(덴치)은 남편이 사망하면서 그동안 자기를 덮었던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 나와 미망인 생활을 즐긴다. 전통을 무시하는 때론 무모하고 독립적인 헨더슨 부인은 즉흥적으로 런던 웨스트엔트의 낡아빠진 윈드밀 극장을 매입한 뒤 뮤지컬 공연극장으로 만든다.
헨더슨 부인이 고용한 연출가가 북구출신의 유대인 밴 댐(하스킨스). 그의 성격도 만만치 않아 헨더슨 부인과 충돌을 하면서도 둘은 무대를 위해 온갖 노력을 함께 한다.
작품흥행이 성공과 실패의 사이클을 그리는 중에 헨더슨 부인은 파리의 무랑 루지쇼에서 빌려온 기찬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쇼 배경으로 발가벗은 여자들을 쓰자는 것. 가장 중요한 곳은 가리고 공연중 벗은 여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당국의 허락을 받아낸 뒤 무대에 올린 뮤지컬들은 공전의 히트를 한다.
한편 헨더슨 부인은 밴 담에게 감정을 느끼나 감추는데 뒤늦게 밴댐이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문불출한다.
그러나 이것과 또 다른 서브 플롯인 젊은 미남 군인과 금발의 나체 배우간의 로맨스는 다소 스케치식. 런던이 공습을 받는 동안에도 윈드밀은 막을 내리지 않고 전선으로 떠날 군인들의 오아시스 노릇을 한다.
활기 차고 코믹하면서도 잔잔한 페이소스를 갖춘 영화다. 이 영화는 특히 덴치의 기품 있고 자상한 연기가 볼만하다. 그녀가 드라마를 앞에서 이끌어가고 하스킨스가 뒤에서 밀어주는 콤비가 보기 좋다.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R. Weinstein Co. 로열(310-477-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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