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신도의 성경이야기 ‘구약과 신약’

2005-1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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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은 구약(39권)과 신약(27권)으로 되어 있다. 근래에 와서(특히 학계를 중심해서) 구약을 히브리 성경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히브리 성경이 유대교에서는 유일의 성경이지 ‘구약’이 아니고, 둘째는 기독교인에게 구약은 낡은 것이고 마치 ‘신’약이 ‘구’약을 대치한 것 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히브리 성경은 주전 1500년께부터 1,200여년에 걸쳐서, 일부는 옛날 셈족의 언어인 아람어로 쓰여진 것도 있지만 주로 히브리어로 쓰여졌다. 그리고 이것이 ‘성스러운 경전’인 ‘성경’으로 ‘경전화’(Canonization)된 것은 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 여긴다. 구약의 첫 부분인 모세5경은 주전 400년께에, 두 번째 부분인 예언서는 주전 200년께에, 그리고 세 번째 부분인 성문서는 주후 100년께로 추정한다.
신약의 대부분은 주후 50년께부터 1세기 말에, 나머지는 2세기 초나 중엽에 걸쳐서 ‘일반 헬라어’로 쓰여졌다. 신약이 ‘경전화’되는 데는 이삼백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당시 유사한 수많은 책들이 기록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27권의 책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367년에 이르러서이다.
경전화 과정은 어떤 공식회의나 심의회 따위를 거쳐서 결정된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을 거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꿔 말하면 성경이 쓰여졌던 당시에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진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문헌이 ‘거룩한’ 것이라는 말은 어떤 특정한 공동체가 그것을 신성하게 여기기 때문일 뿐이다.
학자들은 종교를 하나의 ‘문화적 언어의 세계’라 한다. 이는 모든 종교가 각기 특유한 문화 속에서 자라며 그 문화 특유의 언어와 상징성으로 표현된다는 뜻이다.
히브리 성경이 쓰여졌던 때는 우리 역사로 미루어보면 단군조선(고조선)때에 해당하고 신약은 초기 삼국시대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종교적 고전’인 성경을 배출한 공동체는 단군조선 사람이나 초기 삼국시대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머나먼 곳에 있었다.
이처럼 엄청난 시대적, 지리적, 또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면 성경 해석을 달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제성서공회의 통계에 의하면 2002년 말 현재로 성경 전체나 일부가 번역된 언어는 2,287개나 된다.
존 로스(John J. Ross)목사가 중국어 성서를 처음 한글로 번역한 것이 1887년이었다. 그 후 백 십여년 지나오는 사이 고어체가 현대 한국어로 바뀌었고, 가로쓰기 성서가 나왔으며, 새로운 표기법의 성서가 출판됐다. 그리고 개역, 개정판도 여럿 출간됐다. 언어는 살아있다는 얘기다.
창세기(11장)에 의하면 우리에게 언어의 장벽을 주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시대적, 문화적, 역사적, 또 언어적 장벽을 초월해서 성경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여러 ‘음성’을 가려 들을 수 있는 지혜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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