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젊은 영혼의 범죄와
지순한 사랑 통한 구원의 탐구

선험적 스타일의 프랑스 명장 로베르 브레송의 심오한 영감이 담겨있는 1959년작 흑백영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주제를 빌려왔는데 소설 속 고독한 청년 라스콜리니코프처럼 방황하는 젊은 영혼의 범죄와 여인의 지순한 사랑을 통한 구원에 관한 탐구이다.
외로운 청년 미셸(마르탕 라살)은 마치 운명이라는 듯 소매치기가 된다. 그는 돈보다도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내적 충동에 의해 범죄자가 된다. 미셸은 첫 범행부터 경찰에 체포되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그리고 미셸은 소매치기의 대가(실제 소매치기를 고용했다)로부터 수련을 받는다(스승이 제자에게 소매치기를 가르치는 몽타주 장면과 일단의 소매치기들이 지하철역에서 기술을 발휘하는 장면이 경이롭다).
미셸을 사랑하는 여인은 잔(마리카 그린)인데 미셸은 그녀를 친구로 여긴다. 한편 형사 반장(장 펠레그리)은 미셸을 주시하면서도 그의 범죄에 대한 개념에 이상한 매력을 느껴 미셸을 체포하는데 주저한다.
미셸의 파트너가 체포되자 미셸은 잔을 남겨 놓고 도주한다. 몇 년 후 돌아온 미셸은 잔이 미혼모가 돼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미셸은 다시 소매치기를 하다가 체포된다. 감옥으로 면회 온 잔을 본 미셸은 그때서야 자신이 잔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미셸은 감옥 철창 사이로 잔을 포옹하면서 “마침내 너를 발견하기 위해 나는 정말 이상한 길을 걸어왔어”라고 말한다.
미셸의 내면음성 해설로 진행되는데 표면에 발생하는 사건 속에 드라마가 있다기보다 진실한 영화의 뜻은 인간성과 우아함에 대한 내적 투쟁과 그것들의 수용에 있다고 하겠다. 많은 브레송의 주인공들처럼 미셸도 자신의 내적 느낌과 사회 속에서의 생존투쟁간에 갈등하는 남자다. 이 영화는 명징하게 절제된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내면 성찰의 영화다. DVD. 40달러. Criter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