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닥 잎은 뻗어 솟구치고 두 가닥째 긴 난초잎은 율동적으로 휘날린다. 묵향과 조화를 이룬 표연히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는 난의 유려한 아름다움에 관객들은 어지럽다.
김지하의 묵란(墨蘭)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회가 워싱턴에서 처음 열리고 있다.
애난데일의 야니토탈 웨딩에서 6일 개막된 김지하-김미숙 2인전에는 그의 묵향과 정신세계를 더듬어 보려는 지성들로 붐볐다.
타는 목마름에서 생명의 사상가로 나온 김지하(65, 영남대 석좌교수)는 그의 포괄적 생명사상을 융해한 작품 5점을 선보였다. ‘산’과 ‘새솟대’등 묵란은 김지하의 문학적 위세에 빌리지 않고도 유장한 미적 여운을 한껏 과시한다.
건강 때문에 전시회를 찾지못한 김지하는 “여러분과 나는 운명적으로 자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서운함을 글로 대신 달랬다.
새삼스럽지만 작가는 1941년 목포생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나와 1970년 담시 ‘오적’으로 문명을 날리며 고난도 함께 엮어냈다. ‘타는 목마름으로’등 여러 시집, 사상서를 냈으며 2001년 ‘미의 여정, 김지하의 묵란’등 두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김지하의 명성에 주눅들지 않는 김미숙은 오일 페인팅 인물화등 12점을 내놓았다. 그림들은 화가의 의도에 의해 익명 속으로 숨었다. 풍경과 인물의 작품들은 연두의 신생하는 빛깔 속에서 또는 캔버스를 가득 채운 구릿빛 얼굴을 통해 자신을 응시하기도 하고 세상의 모순과 희망을 드러낸다. 때론 작가가 천착해왔듯 실루엣이 존재와 비존재의 사이를 표현해낸다. 그의 그림들은 강렬한 듯 보이지만 설레고 아련하다. 김미숙은 10년째 독일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회에는 한국의 중견화가인 임옥상, 김재홍, 여운, 송명신의 작품도 1점씩 찬조출연, 눈길을 끌고 있다.
김지하-김미숙 전시회는 9일까지 계속된다. 판매수익금은 김지하의 문명 구상이 담긴 신시 미래사회정책연구소와 녹색대학 후원에 쓰여진다.
<이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