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녘 동포들 너무 불쌍해”

2005-10-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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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선교의 미래-조선족교회 방문기 7?

정성철 목사, 차영준 목사와 함께 문일봉씨가 조종하는 배에 올랐다.
철판으로 만든 배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시동이 쉽게 걸리지 않았다. 문씨가 계속 모터에 물을 부으며 10여분간 용을 쓰자 마침내 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씨는 배를 압록강 가운데 몰았고 점차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물은 수심이 매우 깊어 그런지 짙푸른 색깔을 띠고 있었다.
충동을 이기지 못해 몸을 굽혀 물살에 손을 넣었다. 몹시 찼다.
건너편 북녘 땅에는 골짜기 마다 인가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람들의 기척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얼마쯤 가다보니 북한 초소들이 보였고 인민군 병사들은 조그마한 배에서 물건들을 내리고 있었다. 그쪽에서도 사랑선교회 일행이 타고 있는 배를 목격한 것 같은 눈치를 보였다. 하지만 누구도 가까이 가보자는 말을 못했다.
한시간쯤 갔을 때 문씨는 서서히 뱃머리를 중국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배를 댄 곳은 최상도(50)씨 집만 덩그러니 서있는 강변이었고 왼쪽 위에는 중국 국경 수비대의 초소가 있었다. 한 때 이 근방에 병력이 증강되고 경계도 삼엄해 사랑선교회가 활동하는데 많은 지장을 준 적도 있었는데 이즈음은 별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씨 부부는 사랑선교회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최씨는 홀어머니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손님들이 오는 것을 미리 알았는지 부인은 부엌에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빴고 중국식 온돌은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최씨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한 군인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같은 민족이지만 너무 불쌍하다”는 말로 북한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전했다.
한 겨울에 추위를 무릅쓰고 비닐을 뒤집어 쓰고 살면서 몇 년씩 산 속에서 밀수를 하는 주민도 본 적이 있다. 중국 돈은 북한에서는 달러처럼 가치가 크기 때문에 암시장이 조성되기도 한다고 했다.
최씨는 “외국 선교사들이 지원하는 물건들을 북한 고위 관리들과 경비 초소병들이 모두 해먹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잘 배급되지 않는다”며 “배를 타고 압록강을 통행하는 사람들의 동태가 북한 초소에서 모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영준 목사가 전하는 말씀을 간략하게 듣고 나자 식사가 들어왔다. 조금 전 문씨 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였지만 차 목사와 정 목사는 맛있게 국수 그릇을 비웠다.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맛이 있든 없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차 목사와 정 목사는 선교사로서 합격점을 받고도 남음이 있는 분들이다.
사랑선교회 일행은 돼지우리가 있는 앞마당에서 최씨 가족과 기념촬영을 한 후 집을 나섰다. 최씨 부부와 할머니는 강가까지 배웅을 나오며 작별을 아쉬워 했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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