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류를 비즈니스로

2005-09-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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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한국의 TV 드라마가 일본에서 욘사마 바람으로 한류열풍을 일으킨 후 세계 곳곳에서 한류가 몰아치고 있다. 처음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영화로, 가요로 확대되면서 지역도 일본, 대만, 동남아, 홍콩, 중국을 거쳐 러시아와 미국까지 흘러 들어오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류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나라에서 인기를 끌어온 드라마 ‘대장금’의 경우 대만을 거쳐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에서 한류바람을 일으킨 후 일본을 거쳐 지난해 미국에까지 상륙하여 미국인들에게서 큰 인기를 얻었다. 요즘은 또다시 홍콩을 거쳐 중국을 휩쓸고 있어 가는곳마다 대장금 이야기라고 한다. 대장금은 드라마로 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대장금 요리 시식회등 이벤트를 만들어 한국음식을 널리 선전하는데도 큰 몫을 하고있다. 한류바람이 아시아국가에서 휘몰아 치면서 한국에는 일본과 동남아관광객이 러쉬를 이루었다. 인기 드라마의 촬영지를 찾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스타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관광수입이 짭짤했다. 중국에 한류바람이 불면서 중국여성들사이에 한류스타의 눈, 코, 입을 본따는 성형수술
이 인기을 끌어 서울에 와서 성형수술을 하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성형외과가 대거 중국에 진출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와같은 한류바람이 결코 우연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리라. 우리민족은 원래 정서적 감정이 매우 풍부하여 문화예술방면에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한민족은 어디를 가나 춤과노래를 좋아하여 예술계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고 한국에 노래방이 잘되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한국사람들이 정서적, 감정적인 면이 강한 것은 일상생활에서도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때가 많은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주변국가를 정복하거나 압도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문화적으로는 주변국을 훨씬 능가하는 업적을 남겼다. 지금도 전해오는 삼국시대의 문화유산은 물론이고 고려시대에는 중국의 기술을 능가한 청자기술과 수많은 불교문화 유산을 남겼다. 고려가 정치적으로 원나라의 속국이 되었을 때도 고려의 문화와 생활풍습은 꺼꾸로 원나라로 들어가 많은 사람들의 애호를 받았다. 우리민족의 문화가 일본문화의 기초가 되었음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같은 우리문화의 우수성은 대륙문화가 전파되어 마지막으로 완성되는 반도문화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한반도는 유럽의 이태리반도와 자주 비교되는데 문화적으로 우수한 점도 한국과 이태리가 비슷한 점이다. 이태리는 음악과 미술 등 예술분야에서 걸작을 남겼으며 지금도 음악과 패션 등을 선도하고 있다. 또 세계의 미식가들은 이태리음식을 즐겨 찾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국운이 기울어져서 국력이 보잘 것없게 되자 서양문물이 봇물처럼 밀려들어와 판을 쳤다. 그러나 이제 경제가 커져서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다. 고 박정희대통령 생전에 ‘단국이래 가장 위대한 영도자’라고 아부하여 비웃음을 샀던 사람이 있었지만 어쨋든 지금 한국은 단군이래 가장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다.

문화와 예술의 발전은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이루어 진다. 이태리의 르네상스는 메디치 가문의 부를 바탕으로 하였고 근대 유럽의 찬란한 문화예술은 왕족과 귀족의 호화생활이 만들어 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 이르러 세계경제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가자 유럽의 문화패권이 미국으로 넘어와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게되자 역사적 전통이 있는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이 되살아 나고 있는데 대중문화시대라는 특성에 따라 대중문화, 즉 한류가 바람을 일으키게 되었다. 한류가 이처럼 많은 나라에서 바람을 알으키면 그 결과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외국인이 한국을 좋아하게 되고 한국인을 좋아하게 된다. 한국의 문화에 대한 호감이 모든 한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으로 바뀌게 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한국의 음식을 먹게 되고 한국식 패션도 유행할 수 있다.

한류의 덕분으로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엿보이고 있다. 불고기와 김치와 같은 한국음식이 미국인들에게 먹혀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놀기를 즐기는 러시아인들의 취향에 맞아 한국식 가라오케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뉴욕에서도 서호지역에서 노래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또 한국식 사우나와 찜질방등이 미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런 비즈니스는 요즘 웰빙추세와도 맞아 떨어지는 종목이다. 미국에서 한류바람이 불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예술과 풍습에 물들게 할 뿐아니라 한류 비즈니스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일조이석의 성과를 올리게 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한류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침체상태에 빠져 있는 한인업계에 새 활로를 열어 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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