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각자의 거짓말’★★★★½(5개 만점)

2005-09-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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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거짓말’★★★★½(5개 만점)

빌과 앤 그리고 제임스(왼쪽부터)는 허위의 공모자가 된다.

(Separate Lies)

뺑소니 차 사고가 빚은
중년부부의 가정 붕괴

빼어나게 잘 만든 명료하고 짜임새 단단한 심리 가정 사회 드라마로 스릴러의 성질을 갖췄다. 배우들의 연기와 완벽한 각본 그리고 빈틈없는 연출 등이 조화를 잘 이룬 영국 영화다. 이런 보석 같은 성인을 위한 영화란 그리 많지 않은데 히치콕풍의 긴장감을 갖춘 기만과 배신과 허위의 드라마다.
주인공인 연기파 탐 윌킨슨이 나온 또 다른 훌륭한 소품 ‘침실에서’를 연상케 하는 영화로 결혼의 붕괴와 그 후유증 그리고 뒤늦은 참 사랑의 발견과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주는 관용을 통한 영혼의 해방을 주도면밀하게 묘사했다.
영화는 런던 교외의 숲 속 길에서 고급 SUV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남자를 치고 달아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사고를 중심으로 표면상 행복한 중년부부의 결혼생활이 붕괴되면서 결혼과 사랑에 대한 물음이 던져진다. 런던의 성공한 변호사로 문자 그대로 영국신사인 제임스 매닝(윌킨슨)과 그의 아름답고 생기 발랄한 아내 앤(에밀리 왓슨)은 런던과 런던 교외에 고급 아파트와 저택을 지니고 부족한 것 없이 사는 전형적 부르좌층.
제임스는 아내를 매우 사랑하나 보이스카웃 단원 같은 남자. 이와 반면 앤은 이단적인 여자로 남편의 빈틈없는 생활 스타일과 지나친 넉넉함에 권태를 앓고 있다. 이런 앤 앞에 역시 삶이 권태로워 죽을 지경인 백만장자의 상속자로 바람둥이인 젊은 빌(루펏 에버렛)이 나타나면서 앤과 빌은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
많은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보듯이 남편은 나름대로 아내를 사랑하나 그 사랑은 아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어서 결국 탈이 나고 만다. 한편 제임스는 빌의 SUV에 난 흔적을 보고 빌이 히트 앤 런의 당사자라고 생각하고 이를 아내에게 말한다(이때까지 제임스는 아내의 외도를 모르고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빌의 차에 앤이 타고 있었고 또 운전을 앤이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제임스와 앤과 빌은 심문하는 형사에 맞서 거짓말의 공모자가 된다.
항상 남편에게 시험을 받는 것 같은 결혼생활을 하던 앤이 빌을 사랑하게 되면서 깨어지는 결혼생활의 붕괴의 궤적이 몸서리가 처지도록 생생하다. 뒤늦게 제임스는 문제 수습을 한다고 갖은 노력을 하나 수포로 돌아가는데 영문 모르고 당하는 아내와의 결별에 고뇌하고 슬퍼하며 또 분노하고 좌절하는 윌킨슨의 연기가 감동적이다. 제임스는 결국 자신의 운명을 너그럽게 수용하면서 자기 구원을 하고 새롭게 변신하는데 이런 변신의 모습을 윌킨슨이 자비롭고 권위 있고 또 연민의 마음이 가도록 묘사한다. 왓슨의 연기도 훌륭하다. 줄리안 펠로우스 감독.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 모니카, 플레이하우스7(패사디나), 스테디엄 16(셔먼옥스), 빌리지3(코스타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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