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력의 역사’★★★★½(5개 만점)

2005-09-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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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½(5개 만점)

어두운 과거를 묻고 사는 탐은 아내와 두 남매를 지키기 위해 다시 폭력을 구사한다.

(History of Violence)

나 건드리면 다쳐!
숨겨진 폭력성 폭발

캐나다 감독 데이빗 크로넌버그의 폭력의 성질과 DNA를 조사한 군더더기 없는 근육질의 잘 다듬어진 작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매우 급격하고 깡마른 폭력이 가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울 정도로 사뿐하다. 모든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의 태도를 가차없이 비판한 폭력적인 심리 스릴러로 폭력과 섹스의 관계와 가족 문제를 함께 다루었다.
인간은 모두 과거를 지닌 동물로 이 과거의 형상은 서로 다를 망정 그것은 늘 우리를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영화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주인공을 통해 ‘진짜로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을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다. 이 남자의 과거가 뒤늦게 정체를 드러내고 이어 그가 곱게 지키던 가정에 폭풍이 몰아닥치면서 영화는 가족의 결집 요소인 믿음과 대화와 정직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한다.
탐(비고 모텐슨)은 아름다운 변호사 아내 에디(마리아 벨로)와 10대의 아들 잭(애쉬턴 흠스)과 어린 딸 새라(하이디 헤이스)와 함께 인디애나의 조용한 마을 밀브룩에서 다이너를 경영하며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남자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식당에 들어온 2인조 무장강도를 탐이 팟의 끓는 커피를 사용해 처치하면서 그는 대뜸 마을의 영웅이 된다(탐이 강도를 처치하는 장면이 상쾌하고 박력이 있는데 도대체 평범한 식당주인이 어떻게 저렇게 킬러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하고 궁금해하게 된다).
이 사건 얼마 후 식당에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칼(에드 해리스)이 2명의 졸개와 함께 나타나 탐에게 과거에 청산 못한 문제를 해결하자며 냉소적으로 도전한다. 탐은 자기는 칼을 모르고 또 그가 말하는 과거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칼을 무시한다. 그러나 칼과 그의 졸개들이 집요하게 달라붙으며 탐 가족의 안전마저 위협하면서 탐은 다시 한번 폭력을 행사, 칼 일행을 모두 살해한다.
과연 탐은 누구인가. 탐은 에디의 격렬한 항의와 추궁에 못 이겨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기 위해 필라델피아로 떠난다. 크로넌버그는 정상적이요 평범한 표면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현상을 철저하게 파고들고 있는데 영화가 강렬하고 건조하게 아름답고 아울러 매우 감성적이다. 굉장히 폭력적인 영화로 탐은 도합 9명을 죽인다. 그리고 탐과 에디가 집안 계단에서 갖는 섹스행위도 매우 폭력적이다. 연기들이 뛰어난데 특히 해리스와 필라델피아 갱 두목역의 월리엄 허트의 연기가 일품이다. 촬영도 명징하고 음악도 좋다. R. New Line. 그로브(323-692-0829). 30일부터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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