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키오카 자매들’ ★★★★★(5개 만점)

2005-09-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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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오카 자매들’ ★★★★★(5개 만점)

마키오카 네자매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The Makioka Sisters)

몰락한 귀족가문의 네자매
현대화 물결에 거센 몸부림

일본의 유명 작가 주니치로 다니자키의 소설을 일본 영화계의 명장 중 한 사람인 곤 이치가와가 화려하게 아름답고 또 심오하면서 조락의 비감을 담아 묘사한 명화다.
이 내용은 1950년에 아베 유타 감독이 처음 흑백 영화로 만들었는데 이치가와의 것은 같은 이야기를 세번째로 만든 영화로 총천연색 1983년 작이다.
1938년 2차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오사카에 사는 몰락해 가는 부잣집 마키오카네 장성한 네 딸의 눈을 통해 본 변화하는 사회와 정치적 변화상이다. 마키오카 가문은 한 때 조선업으로 성공, 호사와 부를 누렸으나 지금은 가문이 기울어진 구세대의 잔해다.
네 자매 중 첫째와 둘째는 시집을 갔는데 집안 사람들이 나머지 둘에게 신랑감을 찾아주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셋째 유키코는 RP속해 신랑감 후보를 퇴짜놓고 담배를 피는 신여성이며 막내 타에코는 독립심 강한 반골 스타일. 타에코는 한 때 청년과 사랑의 줄행랑을 놓은 가문의 오점인데 자신의 인형제조 공장을 세우는 게 꿈이다.
이들 네 자매가 다가오는 정치와 문화와 사회의 대변혁 앞에서 어떻게 과거의 돈과 결혼과 생활태도의 전통에 대처하는가 하는 이야기가 사려 깊고 민감하게 다루어졌다.
이들은 몰락한 일본 귀족사회를 상장하는데 돈은 모자라고 집은 낡아가고 또 자신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현대화의 물결 앞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지키려는 안쓰러운 몸부림이 자매들의 내밀하고 세세한 일상사를 통해 거의 긴장감이 감돌도록 강렬하게 그려졌다.
이치가와는 모든 색깔을 자연을 창조하는 신의 조화처럼 찬란하게 사용하고 있다. 봄의 분홍일색인 벚꽃들과 붉고 노란 가을 단풍나무 잎들 그리고 겨울 천지사방에 가득한 백색 눈들이 마치 살아있는 풍경처럼 아름답고 감각적이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는 행동 대신 컬러 영상을 이용해 가족의 자부심과 가세의 변화를 얘기하고 또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는 가족 이야기 자주 나오는 가족간 다툼을 지양하고 가족은 한데 묶는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화사하고 향수감 짙은 고운 영화다. 145분. 18일 하오 1시 일미극장(244 S. San Pedro, 213-68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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