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제의 신간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

2005-09-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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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하며 겪어 본 ‘20년 정치현장’비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제 5공화국’을 보고 있으면 전두환 전 대통령 역을 맡은 이덕화씨의 연기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생김새는 실제와 크게 다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특징적인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연기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역을 맡은 서인석씨이다. 서씨의 연기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에 아주 가깝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노 전 대통령 바로 옆에서 중요한 일에 대해 조언하는 박철언 전 의원도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그가 최근 회고록을 내면서 드라마 인기와 맞물려 다시 한번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5공화국, 6공화국 탄생에서는 물론 YS정부와 DJ정부에 이르기까지 정치와 남북 문제의 막전, 막후에서 크게 활약했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으로 ‘6공의 황태자’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었다.
박철언 전 의원은 정치 일선을 떠난 지 5년만에 회고록을 냈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20여년의 정치 활동 기간에 기록해 두었던 20여권의 업무 일지와 120여 권의 수첩, 방대한 사진 등을 바탕으로 한국 정치사의 감춰진 진실들을 이야기한다. 특히 그의 일지에는 수표 번호까지 꼼꼼하게 기록돼 있을 정도로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의원은 이번 회고록을 통해 ▶42차례에 걸쳐 남북비밀회담을 하면서 김일성 주석 등 북측 요인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 사실 ▶1987년 6.29 민주화선언은 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는 비화 ▶5공 청산을 둘러싼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양측의 격렬한 공방 ▶ DJP연합의 성사 비화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의 회고록은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왔다. 등장 인물이 대부분 생존해 있고 당사자들이 회고록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어떤 이는 박 전의원은 “아직 회고록을 쓸 때가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회고록은 한국의 회고록으로는 보기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는 그의 회고록에 대한 관심이 높고 또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회고록의 가치는 “현장의 살아 숨쉬는 사실들을 직접 경험한 누군가가 진실 그대로를 정리하여 기록”한 것이란 그의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철언 지음·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자료 제공: 알라딘서점<213-739-8107,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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