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떤 나라’★★★½

2005-09-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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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½

북한소녀들이 집단체조를 위해 추위를 무릎쓰고 맹훈련을 하고 있다.

(A State of Mind)

외국인이 본 평양시민의 삶

외국 영화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시민들의 일상생활의 모습과 그들의 생각을 조금도 숨기거나 덧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상세히 촬영한 기록영화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다른 나라사람이 되어버린 북한 시민들의 안방 생활과 나들이와 집단 의식 그리고 가족관계 등을 있는 그대로 목격할 수 있는 영화로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1966년 영국에서 있은 월드컵 경기에 출전했던 북한 선수단의 활동을 기록한 영화 ‘그들 최고의 경기’를 찍은 영국 감독 대니얼 고든의 작품으로 엄격히 객관적 입장으로 찍었다.
영화는 2003년 2월부터 9월까지의 평양에 사는 두 여중생 박형선(13)과 김송연(11)의 맹렬한 매스게임(원래는 7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사스 발생으로 연기 됐다) 연습과정과 함께 이들의 가정생활을 보여 준다. 이와 함께 북한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도 설명한다.
형선의 아버지는 정부기관 자동차 운전사이고 송연의 아버지는 김일성대 물리학교수. 평양에 사는 이들은 선택된 사람들인데 카메라가 이들의 아파트 안까지 들어가 가족들의 식사와 휴식과 놀이와 대화 등을 다정하게 기록했다. 두 소녀는 아버지 장군님 김정일을 위해 훌륭한 집단체조를 보여주려고 몸이 아프고 힘든 것도 참고 연습한다면서 카메라를 보고 차분히 얘기한다(앳된 모습의 두 소녀가 이북 사투리로 카메라를 보면서 또박 또박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세계 어디나 아이들은 똑같이 순진하고 순수해 두 소녀도 공부하라는 부모의 재촉을 싫어하고 친구와 놀기를 좋아하며 매스게임 연습이 너무 힘들어 땡땡이를 치기도 했다. 영화는 송연 어머니의 식량난 얘기를 그대로 들려주고 또 평양시민들의 식량 배급량도 사실대로 보여준다. 물론 이들은 한결 같이 침략자 미국을 미워하는데 매일 있는 정전 때면 “완전히 생활이구나”라면서 정전도 “미국놈들 탓”이라고 말한다.
두 가족의 대동간 나들이와 가라오케 놀이 및 평양 시내 모습과 보통사람들의 면면을 따뜻한 마음으로 기록했는데 1개 채널의 TV와 다이얼을 끌 수 없는 라디오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영화는 형선과 송연이 출연하는 건국 55주년 기념 집단체조로 끝나는데 일사불란한 율동미가 장관이다. 감독은 영화 촬영에 당국의 간섭이나 검열이 없었다고 말했다. 페어팩스(323-655-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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