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08-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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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남미 ABC 3국과 스페인 제국

제386회. 스페인제국 3. 재정복과 엘 시드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에 남긴 흔적은 스페인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10세기께 스페인의 이슬람 문화는 전성기를 이루어 코르도바는 당시 유럽의 최대 문화도시가 되었다. 야만인들인 게르만족들이 아랍문명과 중국문명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문명화되어 가는 단계였던 것이다.
이슬람의 지배하에 있던 스페인은 0의 개념, 대수학을 그들로부터 전수 받았으며, 아라비아 숫자가 로마자를 대체하였다. 비로소 종이가 유럽에 소개되었고 면화, 쌀, 사탕수수 및 야자나무가 도입되었다. 코르도바는 그리스 철학과 비잔틴과 페르시아의 예술 그리고 완벽하게 이슬람 문화를 흡수했던 것이다.
8세기 후반부터 아랍족의 이베리아 반도 점령으로 산악지대로 피신하여 있던 기독교도 귀족들은 힘을 합쳐 재정복에 나섰다.
즉 국토 회복운동이 점화된 것이다. 그들은 아랍족과의 전쟁 또는 협상을 통하여 서서히 국토를 회복하면서 회복된 지역에 식민을 하고, 식민자들은 안전을 위하여 그들의 성곽(castillo)을 쌓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근대 스페인의 전신인 까스띠야라는 국명이 유래된 것이다.
국토 재정복의 과정에서 나타난 영웅이 바로 엘 시드(El Cid)이다. 본명이 Rodrigo Diaz de Vivar인 ‘엘 시드’는 아랍어로서 “나의 주군”(Mi Senor)의 의미이다. 그는 국토 회복운동에 앞장 선 뛰어난 전사였으며 때로는 기회주의자인 정치가의 구현이며 또 열정적인 종교의 화신이었다. 그의 행동을 기록한 연대기가 바로 중세 스페인의 위대한 서사시이다.
이 영웅의 서사시는 그리스의 서사시인 일리어드와 달리 스토리 전개가 좀 이상하다. 처음 도입부부터 엘 시드는 유대 상인에게 사기를 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웅시의 이러한 도입부는 정말 이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가스띠야 왕 알폰소 6세의 신하였으며 많은 전투에서 용맹을 떨쳤으나, 그의 용맹을 시기한 왕으로부터 내침을 당하고 적인 사라고사의 무어 왕을 섬기며, 다른 이슬람 군주와의 전투에 몸을 바친다. 스토리 자체는 통속적으로 쓰여졌으나 당시 군인들의 용맹과 전쟁의 위대함과 처절함이 다음의 문장에 잘 나타나 있다.
“보아라! 저 높이 솟아 있는 창들과 피로 물든 깃발들을, 그리고 떠도는 주인 잃은 말들을. 그 속에서 무어인이 ‘마호메트!’를 외치면 기독교도들은 ‘산티아고!’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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