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팔레스타인,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

2005-08-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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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둘러싸고 4000년전부터 유대인과 마찰, 어제 오늘의 분쟁이 아니다

기구한 역사와 운명

팔레스타인을 이해하려면 먼저 팔레스타인의 파란만장한 역사부터 이해해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구약에서 언급되고있는 ‘가나안’ 땅이다. BC2000년경부터 유일신을 믿는 유대인들과 잡신을 믿는 필리스타인족이 끊임없이 충돌을 해왔다. 이미 4000년전부터 종교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여온 셈이다.
BC1020년 다윗왕이 유대인 12부족을 통일하여 처음으로 이스라엘 왕국을 세워 번영을 누렸으나 솔로몬왕이 죽자 사분오열되어 BC721년 앗시리아에 망했다. 앗시리아는 다시 바빌로니아(이라크)에 정복 당하고, 바빌로니아는 또 페르샤에 패망했다. 그후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샤를 정복하자 가나안지방은 그의 통치를 받았다. BC145년 유대인들이 봉기해 ‘쥬다’라는 왕국을 세웠으나 로마가 이지역을 정벌하게 된다. 이어 유대인들이 수차례에 걸쳐 민중봉기를 꾀하자 로마는 예루살렘에서 유대인을 모두 추방한후 이지방을 ‘팔레스타인’이라고 명명하게 된다.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은 이렇게해서 태어났다.
팔레스타인의 기구한 운명은 이들이 다신교에서 이슬람으로 돌아서면서부터 새로운 국면을 마지하게 된다. 즉 AD600년쯤 아랍이 팔레스타인을 정복하자 이슬람교가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1차세계대전때까지 줄곳 오토만 터키등 이슬람세력이 팔레스타인을 다스려 왔다. 그러나 오토만제국이 독일편에 섰다가 패전하자 팔레스타인이 이번에는 영국의 신탁통치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유럽에서 일어난 시오니즘(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자는 유대인 운동)과 맞물려 유대인들이 대거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2차대전후 UN은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아랍인 지역으로 양분했다. 아랍인지역은 대부분 요르단의 통치하에 들어갔으며 여기에는 예루살렘과 웨스트뱅크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자지역은 이집트의 영토로 귀속되었다. 그러니까 팔레스타인인들은 요르단 국민이 되거나 이집트국민이 되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으며 일부는 레바논 시민이 되었다. 9.11사태와 런던 지하철 테러사건때 레바논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춤을 추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레바논에 팔레스타인인이 많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운명이 더 비참하게 된 것은 1967년의 ‘6일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승리해 예루살렘과 웨스트뱅크, 가자지역을 모두 차지하자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나마 얻은 요르단과 이집트 국적마저 잃고 완전히 난민이 되어 버렸다. 역사상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는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랍인들이지만 국적없는 아랍인이다. 이스라엘에 귀화한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 출신이라 하더라도 이스라엘 국민대우를 받고 있으며 이들은 ‘이스라엘 아랍인‘으로 불리운다. 최근 이스라엘 아랍인 인구가 점점 늘어나 이것 또한 이스라엘에게는 큰 골치다.
희한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번에 가자와 웨스트뱅크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돌려주었지만 예루살렘 지역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은 지리적으로 머리와 하체만 있고 몸통이 없는 기형적인 모양이 되어 버렸다. 즉 가자와 웨스트뱅크가 서로 떨어져 있어 허리가 잘려나간 셈이며 이곳을 왕래하려면 이스라엘 영토를 지나야하는 굴욕을 견디어야 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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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뱅크에 있는 팔레스타인 벼룩시장. 이스라엘 제품 배격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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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보러가는 팔레스타인 여성들. 이들은 유대인에 비하면 형편없는 소득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치정부를 가졌으면서도 수도에서 전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활필수조건을 이스라엘에 의지해야하는 구조적 종속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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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놀고있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이들은 어릴때부터 유대인을 미워하는 정신교육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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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의 마을 뒷골목. 베들레헴은 팔레스타인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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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에서 그림엽서를 관광객들에게 팔고있는 팔레스타인 잡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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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루살렘과 웨스트뱅크 경계선을 따라 세워지고 있는 시멘트 장벽. 베를린 장벽을 연상케 한다. 이 장벽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영원히 예루살렘에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AP)


이 철 <이사>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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