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작과 중국 소녀 재봉사’★★★½

2005-08-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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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과 중국 소녀 재봉사’★★★½

재봉사 소녀는 루오가 소개해준 발작때문에 상상의 눈을 뜬다.

(Balzac and the Little Chinese Seamstress)

문학통한 두 남녀의 청춘예찬

문학의 힘이 한 산골 소녀의 영혼과 자의식을 깨워주는 아름답고 상냥하고 감정적인 중국 영화다. 문혁 때 시골로 재교육차 쫓겨온 두 청년과 마을 처녀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중국서는 상영 금지된 영화다.
중국의 산꼭대기 깡촌 광산마을에 두 청년 마(리우 예)와 루오(첸 쿤)가 재교육차 도착한다. 둘은 하루종일 고된 일을 하는데 똥도 퍼 나르고 물을 길어 험하고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죽을 고생을 한다.
마는 바이얼린을 애지중지하는 음악팬인데 마을 촌장이 이 부르좌 악기를 불길에 집어던지려 하자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주하며 “모차르트는 마오를 생각한답니다”라고 둘러대 위기를 모면한다. 얘기의 중심 인물인 재봉사 소녀(조우 순)는 이웃 마을에서 재봉사 할아버지와 둘이 사는 예쁜 소녀. 소녀는 루오와 가까워지면서 루오가 찾아낸 또 다른 인민의 적인 ‘네 눈’이 숨겨둔 금서들인 발작과 플로베르와 위고 등을 배우게 된다. 소녀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발작의 ‘사촌 베트’. 그리고 소녀의 할아버지도 ‘몬테 크리스토 백작’을 좋아하게 된다. 루오와 소녀가 책을 통해 가까워지면서 둘 간에는 로맨스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영화는 문혁의 피해자들을 다루었지만 문혁을 특별히 따로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러기보다 감상적인 향수감을 가지고 청춘과 아름다움과 문학 등을 찬양하고 있다.
감독 다이시 지에의 실제 경험을 그가 글로 쓴 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감독은 문혁은 하나의 이야기의 뼈대로만 선정한 뒤 문학이 압제적인 상황하에서도 우리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자유의 힘을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고생도 지나가면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는 듯 애정을 가지고 자기 옛일을 추억하고 있다.
책의 힘은 소녀로 하여금 내면의 눈을 뜨게 만들어 자기가 속한 좁은 마을 너머의 세상을 깨닫게 하는데 소녀가 그 과정을 경이롭게 경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은 압제적인 것에 반대되는 모든 것인 사랑과 기쁨과 개성의 편이라는 좋은 영화다. 경치도 수려하다. PG-13 정도. Empire Pictures. 뮤직홀, 플레이하우스, 타운센터, 모니카(310-394-9744), 유니버시티6(949-854-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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