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생, 기독축구의 요람

2005-08-14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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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호 목사의 축구인생 41

“좋은 축구장은 아니지만 한 목사님께서 쓰시겠다면 우리교회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그리고 축구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협조하겠습니다”
워싱턴-볼티모어 지역 목회자 축구를 인도하면서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워싱턴 영생장로교회에 들렀다가 사연을 알게 된 그 교회 담임 목사가 나한테 약속해준 말이다.
적어도 축구를 좀 할줄 아는 그 많은 목사들 중에서 베스트를 고르라면 그 속에 당당하게 들어갈만큼 축구에는 일가견이 있는 정명섭 목사.
그가 “이 참에 리그를 해보면 어떻겠냐?”며 내 의중과 같은 생각을 피력하면서 선뜻 교회 운동장을 내놓은 것이다.
지금은 초현대식 아담한 새 교회 건물이 그 자리에 들어섰지만 당시 목조 건물 뒤편에 교회 소유의 축구장이 하나 있었는데 약간 경사진 것과 한 가운데 불뚝 솟아오른 돌비석(초대 미국교회 설립 목사의 무덤) 하나가 작은 흠일 뿐 그런대로 쓸만했다.
그나마 워싱턴 지역을 통털어 MD 지구촌교회를 빼고 이만한 축구장을 가진 데가 영생장로교회 말고 또 있는가?
마침 이웃 미국 여학생들이 여기를 사용하면서 반듯한 골대며 코너 플랙까지 꽂아 놓았으니 안성맞춤이 따로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크리스챤들에게 무슨 방법이 없을까 마음은 늘 그랬는데 드디어 전용구장이 하나 생겼으니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올해로 벌써 11회째이지만 영생은 바로 기독축구의 요람이었고 거기서 워싱턴 지역 한인 최초의 정규리그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누군가에 의해 한 두 차례 리그가 시행된 전례가 있었으나 하나같이 단명으로 끝났으니 정규리그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왜였을까? 기독교를 표방한 거창한 행사가 반짝 한 번으로 줄줄이 막을 내려야 했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양두구육(羊頭拘肉-양의 머리를 내걸고 실은 개고기를 파다는 뜻으로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꼬집는 말),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비단 축구 이야기만은 아니다.
하나님의 것과 가이사의 것을 마구 섞어서 잡탕으로 뒤범벅질하는 일부 교회 행사들, 그것도 선교란 그럴듯한 명분으로 말이다.
무엇을 얻었는가? 아니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교회는 진실을 잃고 교인은 신앙을 잃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 그것마저 잃었다.
성전(聖殿)은 이제 옛말이다. 일부는 싸구려 시장 바닥으로 떨어져 주님의 채찍을 맞은지 오래다.
나도 이리되면 안되는데... 평소에는 잘 못하는 기도 “하나님, 도와주십시오...” 한 없이 낮고 깊은 마음 속에서 무릎을 꿇었다.
한성호 목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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