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07-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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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남미 ABC 3국과 스페인 제국

제346회. 남미편 12. Gaucho와 Tengo의 나라
아르헨티나 5. 아사도

가우초들에게서 유래한 아사도(asado)라는 소고기 바비큐 요리는 이미 아르헨티나의 독특한 음식으로 인정받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식사시간이 되면 대형 parrilla(석쇠)에 구운 아사도와 chorizo(돼지고기 소시지)가 아르헨티나 vino(포도주)와 함께 푸짐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한 쪽에서는 고기를 굽는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연기가 목장 가득히 깔린다. 풍성한 식사를 즐기는 동안 gaucho의 쇼가 진행된다. 끝없는 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스릴과 박력에 넘치는 가우초 댄스를 감상할 수 있다.
가우초 요리 중 asado con cuero라는 요리가 있다.
cuero는 ‘가죽’으로, 문자 그대로 털과 가죽을 벗기지 않고 야외에서 하는 요리로 가우초 문화를 대변하는 요리이다. 새벽부터 작은 소나 송아지를 잡아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낸 후 길게 펼쳐서 땅을 파고 피워놓은 숯불 위에 1m쯤 띄워서 엎어놓는다. 다음 덮개로 숯불과 소를 덮어 열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한나절 정도 걸려서 천천히 굽는데 팜파의 부드러운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연하고 맛좋은 육질이 잘 익혀지면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맛이 천하 일품이다.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면서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시면서 즐겁게 웃고 떠들며, 같이 춤추고 즐기는 동안 어느새 아르헨티나 대평원의 한 모퉁이로부터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해가 떨어질 무렵 마침내 공들여 준비한 만찬이 시작되며 새벽까지 먹고 마셔 소 한 마리를 몽땅 먹어치운다. 모두 엄청난 식성을 자랑한다. 특이한 것은 고기를 먹으면서 절대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지 않으며 가우초의 관습에 따라 fac?이라고 부르는 카우보이 칼만 사용하여 고기를 먹는 것이다.
이렇게 대자연에 도전하여 삶을 일구고, 매력적인 요리 문화를 남긴 가우초들은 세대가 급변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 이유는 그들의 생활양식이 근대화된 사회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목축지의 사유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조방형 목축인 방목의 시대는 마감되고 울타리를 친 대규모 목장 안에서 소를 기르는 집약적 목축이 정착되었다. 19세기 말 가시철조망과 냉동선의 도입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말을 타고 대평원을 질주하면서 무한의 자유를 누리던 유목민의 삶의 양식을 더 이상 유지할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가우초들은 목장주나 농장주들에게 고용되어 철조망 안에서 소를 관리해 주는 인부로 전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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