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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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성의 부동산 칼럼 <알렌 그린스펀의 딜레마>

2005-07-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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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 연방은행은 또다시 단기금리를 0.25% 인상시키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는 작년 6월이래 9번째 단행된 금리인상으로 이에 따라 단기금리는 1.0%에서 3.25%로 인상되었으며 연방금리와 연동되어지는 프라임 금리 역시 4.0%에서 6.25%로 인상되게 됐습니다.

이와 같은 금리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만일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주택버블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결국 주택가격의 폭락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면치 못할 것이란 우려를 떨칠 수 없습니다. 연방은행 총재인 알렌 그린스펀 역시 주택시장의 과열화 현상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몇 주에 걸쳐 주택시장의 버블기미(froth)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으며 단기금리의 인상조치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이자율과 같은 장기채권 이자율은 오히려 하락하는 상황이 미스테리(conundrum)이며 경제 및 금융시장 자체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어 국면전환을 위해 뚜렷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표명한 바 있습니다. 알렌 그린스펀의 딜레마는 장기채권 이자율을 인상시키기 위해 단기금리를 인상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지난 1년간 단기금리는 1.0%에서 3.25%로 인상된 반면 같은 기간 10년 만기국채의 이자율은 오히려 4.7%에서 4%로 하락한 실정입니다.


채권 수익률 하락시에는 주택시장의 버블을 조장시키는 모기지 이자율 역시 떨어지게 됩니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은 사람들로 하여금 주택구매에 과다한 금액을 지불토록 만들게 됩니다. 만일 이자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게 되면 투기적인 주택매입이 차단되고 과열된 주택시장을 일정부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연방은행의 금리인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이와는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기금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이자율이 여전히 낮은 원인에 대해 여러 해석이 분분합니다. 그중 하나가 미국경제가 향후 침체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채권시장의 예측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만 지난주 발표된 ¼분기 경제성장률(GDP)은 3.8%로써 이는 미국경제가 비교적 건실한 기반 아래 성장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물론 GDP 자체의 버블, 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의 경우 매일 무역적자가 20억 달러씩, 가구당 크레딧 카드부채의 경우 8천 달러씩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겉으로는 국내에서 발생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적으로는 외국의 생산자나 투자가에게 혜택이 주어지며 또한 GDP의 30%를 차지하는 정부지출 역시 외국에서의 전쟁비용으로 매일 20억 달러에 소요된다면 이러한 정부지출은 실질적인 경제성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상태에서 GDP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른바 경제지표상의 허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낮은 채권금리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소위 베이비붐이라 불리 우는 세대의 은퇴 시점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은퇴연금을 관리하는 투자기관(Pension Fund)들이 연금지급을 대비키 위해 자금을 국채(Treasury Bills)로 바꾸자 채권가격의 상승과 수익률의 저하를 발생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 구성비의 변화가 장기 이자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해외자본의 국채매입이 채권금리의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관점이 있으나 이들 해외자본의 국채매입이 줄어든 경우에도 이자율은 인상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채권 이자율에 대한 해외자본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채권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이유는 세계 무역의 확대 및 경쟁의 심화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보다 저렴화 되어 인플레이션이 손쉽게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경제가 꾸준히 성장되는 상황에서도 이자율은 동시에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주택시장의 버블이란 딜레마는 2000년도 주식시장의 버블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즉, 인터넷 버블에서 비롯된 심각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취해진 저금리 정책이 결국 소위 Easy Money를 양산시켜 주택시장 및 미국경제 전반에 심각한 잠재적 위협으로 발전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IMF사태 후 경제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취해진 가계대출의 활성화가 불과 몇 년 후 카드대란으로 이어졌고 은행간의 아파트 담보 대출 등의 경쟁에 따라 더욱 부동산 투기현상을 가속화시켜 최근 일부지역의 특정 아파트 경우 하루에 1억 원씩 가격이 상승되는 기이한 투기
현상이 발생하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연방은행은 앞으로도 단기금리를 단계적으로 계속 인상시켜 나가면서 장기채권 이자의 상승을 도모할 것입니다. 그러나 연방은행의 금리정책은 장기채권 이자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경우 주택시장의 가격붕괴와 이에 따른 치명적인 경제적 악영향을 고려해 결정되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알렌 그린스펀의 입장에 대해 채권시장은 향후 어떠한 반응을 보이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문의: 201-592-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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