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2’★★★½

2005-06-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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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½

결혼식날 밤산책 후 호텔에 돌아온 마리옹이 질을 부등켜 안고 있다.

실패한 결혼·사랑의 후유증 탐구

사랑의 덧없음을 감정적이요 사실적으로 탐구한 프랑스 영화로 이야기를 거꾸로 서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실패한 결혼에 대한 분석이자 사랑과 그것의 후유증에 관한 탐구인데 성인들의 관계가 시간의 흐름에 견디지 못하고 부식되어 가는 내적 정경을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묘사했다. 제목은 부부인 두 주인공의 삶의 중요한 다섯 챕터를 나타낸다.
영화는 마리옹(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과 질(스테판 프라이스)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혼서류에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둘은 호텔에 들어가 마지막 섹스를 하는데 이는 추한 결말을 보게 된다. 마리옹이 호텔 방을 나가면서 이야기는 둘의 디너파티와 아들 출생 그리고 결혼식날 밤과 마리옹과 질의 피서지에서의 사랑의 시작 등으로 역으로 서술된다.
황혼을 향해 마리옹과 질이 헤엄처 가는 마지막 장면이 로맨틱하다. 이 장면을 보면서 로맨스의 단명이 안타까울 정도로 허무하게 느껴진다.
디너파티는 마리옹 부부가 질의 게이인 형과 그의 젊은 애인을 위해 베푼 것. 그 다음 챕터에서 마리옹은 아들을 낳는데 질은 병원의 아내를 방문하기를 두려워한다. 이 챕터에서 마리옹과 질의 불화의 기미를 엿볼 수 있다.
다음 과거는 마리옹과 질의 결혼식. 이 날 밤 마리옹의 행적이 상당히 절실한데 밤에 산책 나갔다 새벽녘에 호텔에 돌아와 잠자는 질을 뒤에서 끌어안는 마리옹의 만족한 모습이 아름답다. 이어 챕터는 둘이 여름 해변 휴양지에서 만나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 그런데 질은 몇 년간 사귀어온 애인과 함께 왔고 마리옹은 혼자다.
특별히 새롭고 놀랍거나 격정적인 내용 없이 마리옹과 질의 관계를 기억을 살피듯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다할 뚜렷한 이별의 동기가 안 보인다. 보통 남녀 관계의 부침을 현실적으로 목격하면서 다시 한번 그것의 무상을 느끼게 된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매우 좋고 이탈리안 팝송이 많이 나온다. 프랑솨 오종(수영장) 감독. 성인용. Think Film. 23일까지 뉴아트 (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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