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사랑의 여름’★★★½

2005-06-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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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의 여름’★★★½

모나(왼쪽)와 탐신이 여름우정을 즐기고 있다.

(My Summer of Love)

한여름 두 소녀의 몽환적인 우정

두 고독한 소녀의 한여름 우정과 지나가는 젊은 사랑의 에덴동산 놀이로 몽환적이고 에로틱하다. 영화 전체가 뜨거운 여름 열기에 더위먹은 듯 어질어질해 환상적인 동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동화 같은 기운을 사악할 정도로 고약한 10대의 변덕으로 채색해 괴기한 분위기를 낸다. 호르몬과 상상력이 과다하게 체내에 체적된 틴에이저가 즐기는 관계의 장난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 가차없음이 섬뜩하다. 영국 영화.
영국 북부 요크셔의 그림 같은 계곡마을에 사는 모나(나탈리 프레스)는 흙과 같은 순박한 소녀. 그녀의 보호자인 전과자 오빠 필(패디 콘시딘)은 갑자기 기독교에 귀의, 생계수단인 맥주 집을 성경공부센터로 만든다. 이런 오빠에게서 떨어져 나온 모나가 우연히 사귀게 되는 소녀가 귀족적이요 하늘하늘하는 부잣집 딸 탐신(에밀리 블런트).
역시 부모의 사랑을 못 받는 탐신은 모나와 즉각적으로 감정이 연결되면서 친구가 된다. 둘은 뜨거운 여름 날 산과 들과 못으로 돌아다니며 서로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면서 우정을 쌓는데 급기야 이 우정은 동성애적 사랑으로 변모한다.
전연 사회계급이 다른 모나와 탐신은 일종의 추방자로 자신들만의 에덴동산을 세우고 우정과 애정을 즐긴다. 니체와 에디트 피아프를 즐기는 탐신은 마치 연극 배우처럼 고급 대사를 써가며 귀족 티를 내면서 모나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한편 필은 마을의 악마를 추방한다고 동네 산꼭대기에 대형 십자가를 세우고 모나를 타락케 한다며 탐신을 마귀의 화신이라고 비판한다. 필의 이런 과격한 복음주의가 영화에 묘한 어두운 기운을 제공한다.
자유로운 스타일을 지닌 거의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의 작품으로 모나의 한 여름 낮의 꿈이라고도 하겠다. 자연경치를 찍은 촬영이 매력적이고 두 배우가 놀라운 연기를 한다. 모양과 성격만큼 대조적 연기인데 특히 블런트가 민감하면서 심오한 연기를 잘한다. 굉장히 복잡한 연기다. 파웰 파리코스키 감독. R. Focus. 선셋 5(323-848-3500), 샌타모니카 뉴윌셔(310-281-8223), 샌타애나 빌리지(800-FAN DANGO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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