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딜리아니’ (Modigliani) ★★★

2005-05-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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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예술혼·사랑 그린 자전영화

나는 몇 년 전에 LA 카운티 뮤지엄에서 열린 모딜리아니 전시회서 그의 육감적인 발가벗은 여인들을 감상한 바 있다. 눈동자 없는 편도모양의 눈과 긴 목을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인 여인들은 화폭에서 빠져 나와 만지면 체온을 느낄 수 있듯 감각적이요 사실적이면서도 저 세상적인 귀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느낀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이었다면 앤디 가르시아가 모딜리아니로 나온 이 영화는 그의 제작 열정은 느껴지면서도 모조품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는 듯 제스처가 크나 내면적 진지함과 정열과 고뇌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권할 만한 자전적 영화다.
역시 모딜리아니에 관한 프랑스 영화로 제라르 필립과 아눅 에메가 주연한 흑백 ‘몽파르나스 19’(Montparanasse 19)을 비디오로 빌려다 본 뒤 이 영화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1919년. 파리의 밤 생활이 전세계서 이 곳으로 몰려든 예술가들의 정열과 창작에 대한 집념으로 가득 찼던 때.
특히 카페 로통드는 피카소, 리베라, 수틴, 위트리요 그리고 모딜리아니 같은 화가들의 아지트로 매일 밤 이들의 술타령과 경쟁의식과 예술에 대한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들 화가무리의 동참자가 시인이요 극작가요 영화인인 콕토.
영화는 이들 중에서도 모딜리아니와 피카소의 대결의식을 부각시켰다. 이 두 거인의 경쟁의식과 함께 모딜리아니를 죽도록 사랑했던 그의 연인 잔느(엘사 질버스타인)의 얘기가 또 다른 큰 줄기를 이루는데 둘이 서로 겉돈다. 가톨릭 신자인 잔느와 유대인인 모디(모딜리아니의 애칭)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궁극적으로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인 모디를 사랑한 여자의 운명을 잔느는 죽음으로 맞는다.
영화는 매년 열리는 미술경연대회에 마침내 모디와 피카소가 참가하면서 여기에 참가한 여러 화가들의 그림작업을 스케치식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우승자가 발표된다. R. 아크라이트(323-464-4726) 뮤직홀(310-274-6860) 샌타모니카 크라이티리언(310-248-MANN #019) 엔시노타운센터, 패사디나 플레이하우스 어바인 타운센터(800-FANDANGO #143)등.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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