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Hola! amigo

2005-05-10 (화)
크게 작게
제2권 중남미 독립과 아메리카 제국

제293회. 아메리카제국 29. 2차 대전 13. 롬멜
히틀러 암살 음모의 배후인물로 지목되어 독배를 마시고 죽은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은 구데리안과 함께 독일 기갑사단의 양대 영웅이었다. 그는 북아프리카의 사막에서 본국의 지원도 끊긴 상황에서 우세한 영국군 기갑사단에게 연전연승을 거둔 명장이었다. 1940년 5월 프랑스 침공 때 롬멜의 기갑사단은 상상을 뛰어넘는 신속한 작전으로 연합군 측뿐만 아니라 독일군 지휘부를 경악케 하였으며 ‘유령부대’라는 명칭을 얻었다.
당시 북아프리카에서 영국군에게 계속 밀리고 있던 이탈리아군을 지원할 목적으로 히틀러가 롬멜을 북아프리카 기계화 군단 사령관으로 임명하였을 당시 롬멜은 49세였다. 롬멜은 대단한 야심가로 전력이 어떠하던 간에 아프리카에 온 이상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기갑전의 명장답게 아프리카에 도착하자마자 전쟁의 양상을 한눈에 파악하였다. 즉, 사막전은 배가 바다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기계화된 장비가 뜻대로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해전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북아프리카에서의 전투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완전히 기동성에 바탕을 두고 순수하게 탱크전만으로 승부를 냈던 유일한 현장이었다.
롬멜은 당시 연합군의 기갑사단 지휘관이 생각하던 탱크전 즉, 탱크끼리의 전투에서는 탱크의 성능이 뛰어나거나, 수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군대가 유리하다는 공식을 뒤집었다. 그는 적의 탱크를 자기편 진영으로 유인한 뒤 아군 탱크는 뒤로 빠지도록 하고, 포진하여 있던 대전차포 부대에 적의 탱크를 파괴하도록 한 뒤 아군의 탱크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전술을 썼다.
즉, 전투에 약한 독일군 경전차가 출동하여 적의 전차에 접근하면, 하늘을 뒤덮은 모래먼지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적의 전차들은 공격을 위하여 모조리 출동한다. 이때 경전차가 재빨리 뒤로 후퇴하면, 엄폐물로 감추어져 있던 대전차포 부대가 사정거리에 다다른 적의 전차를 향하여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어 파괴한다.
영국군 기갑사단 지휘관들이 롬멜의 이러한 전술을 파악하고 대처하기 시작한 것은 전력을 반 수 이상 상실한 후였다. 연전연패한 영국군은 독일군의 공격만 있으면 허둥지둥 후퇴하기 바빴으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계속되는 영국군의 보급과는 달리 소련전에 전력을 다하기로 작정한 히틀러의 보급 거절로 몽고메리의 막대한 군세에 맞서 자신의 부대를 피해 없이 성공적으로 철수함으로써 사막전 장군으로서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