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팽글리시’ ★★★

2004-12-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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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팽글리시’ ★★★

존이 아내 데보라의 소개로 가정부 플로어와 악수를 하고 있다.

(Spanglish)

멕시칸 가정부가 겪는 문화충돌

코미디와 드라마적 요소를 잘 섞어 미국의 가족과 사회 및 성인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관계를 약간 모가 나면서도 차분하게 다루는 제임스 L. 브룩스 감독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As Good as It Gets) 이후 7년만의 첫 작품이다.
그의 고유한 솜씨가 여실한 가족 중심의 코미디 드라마인데 보고 즐길 만은 하나 대형 시트콤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 차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브룩스는 모든 것을 너무 선의적으로 그리고 소심하게 다루다가 막상 할 얘기를 제대로 다 못하고 말았다.
그는 계몽용 영화처럼 너무 가상한 본의를 지니고 만들어 그 뜻을 따르려다 보니 억지가 많고 갈수록 지루해진다. LA의 부자동네 벨에어의 한 가정에 취직한 영어를 못하는 젊은 멕시칸 가정부가 겪는 문화충돌과 인간관계에 로맨스까지 삽입했다.
멕시코서 어린 딸 크리스티나(쉘비 브루스가 아주 잘 한다)와 미국으로 불법 이주한 아름답고 독립심 강한 플로어(스페인 배우 파스 베이가의 미국 데뷔로 그녀는 ‘섹스와 루시아’에 주연)가 벨에어의 존(애담 샌들러) 집에 가정부로 취직한다.
어린 남매 버니스(새라 스틸이 호연)와 조지를 둔 존은 고급식당 주방장으로 모범 가장. 그런데 이 집안의 문제는 마음은 고우나 자아도취에 빠져 남의 입장은 생각 안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존의 아내 데보라(테아 레오니가 과장됐다).
데보라가 플로어의 딸 크리스티나에게 지나치게 잘해 주면서 자기 고유의 것을 지키려는 플로어와 갈등이 인다.
영화는 벨에어와 말리부를 오락가락하며 아메리칸 대 멕시칸의 문화충돌을 밋밋하게 그리는데 서브 플롯으로 플로어와 존간의 사랑의 감정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두 사람간에 평소 아무 애정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해 이 플롯은 황당무계할 지경.
재미있는 것은 전직 재즈가수로 술꾼인 데보라의 엄마. 고참 배우 클로리스 리치만이 우습고 통렬한 연기를 하면서 이 집안의 유일한 멀쩡한 사람노릇을 한다. PG-13. Columbia.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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