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만달러 베이비’ ★★★★½(5개 만점)

2004-12-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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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달러 베이비’ ★★★★½(5개 만점)

프랭키(왼쪽)는 매기를 딸같이 사랑하며 권투를 가르친다.

(Million Dollar Baby)

여자 복서 키우며 우러난 ‘부녀의 정’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작·감독·주연에 작곡까지

확실한 연출력을 지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중하면서도 감정적인 명화다. 상당히 신파적인 내용(눈물 난다)인데 이스트우드는 감정을 잘 통제해 헤프게 눈물을 쏟는 일이 없도록 했다. 이스트우드가 제작에 음악(멜로디가 곱고 서정적이다)까지 작곡하고 주연도 했는데 모든 면에서 강건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의 연출 솜씨가 가득하다. 이스트우드는 침착하게 차근차근 얘기를 이끌어가면서 배우들에게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를 허락, 감독과 배우들간에 호흡이 일치된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이제는 한물 간 권투 트레이너 프랭키(이스트우드)는 LA 다운타운의 낡아빠진 체육관 히트 피트의 주인. 그의 유일한 친구는 전직 권투선수로 경기 중 한쪽 눈을 실명한 에디(모간 프리맨)인데 에디는 체육관에서 사는 관리인이다.
어릴 때 자신이 멀리 해버린 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프랭키는 23년간 미사를 한번도 거르지 않은 신자. 이런 프랭키의 삶이 챔피언을 꿈꾸는 매기(힐라리 스왱크)의 출현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된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가난한 촌 여자 매기는 가난과 불운한 과거로부터의 탈출구를 권투에서 찾는다. 매기는 히트 피트를 찾아와 프랭크에게 권투지도를 간청하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31세나 된 여자에게 권투를 가르쳐 줄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권투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매기는 끈질기게 체육관에 나타난다. 이런 매기에게 먼저 권투의 ABC를 가르치는 것이 에디. 그리고 에디는 프랭크에게 매기의 권투지도를 종용한다. 프랭크가 매기를 거절한 데는 과거 자기 딸과의 관계의 재연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그도 매기의 결의에 감복해 마침내 매기에게 권투지도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프랭크와 매기는 트레이너와 선수간의 관계이자 아버지와 딸간의 관계로 질기게 맺어진다. 매기는 프랭크의 지도하에 연전연승 마침내 챔피언전을 치른다. 그러나 얘기는 여기서 전연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들어선다.
이 영화는 권투영화라기보다 부녀지간의 사랑의 이야기다. 결국 프랭크는 매기를 통해 재생하고 매기는 프랭크를 통해 어릴 때 잃은 아버지를 찾게 된다. 오늘 개봉되는 ‘마음속의 바다’의 플롯처럼 종교와 안락사 문제도 다루고 있는 훌륭한 신파극으로 촬영이 훌륭하다. 영화에서 눈부신 것은 배우들의 연기. 의젓한 두 노장 이스트우드와 프리맨의 우정이 얽힌 연기가 보기 좋은데 특히 스왱크의 진지하면서도 순진한 아이 같은 연기가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PG-13. WB. 센추리시티 14(310-289-4AMC), 그로브(323-692-0829), 샌타모니카 크라이티리언(310-248-MANN #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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