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년간 노숙자들과 희로애락

2004-12-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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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아파트서 한인 돌보는 ‘통장’ 노릇도

와싱톤한인교회의 김재걸 권사(80)가 도시빈민 선교단체인 평화나눔공동체 이사장 직을 지난 1월에 그만뒀으니 햇수로는 6년 만이다.
설립 때부터 한결같은 마음으로 후원했고 봉사자들, 그리고 노숙자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왔다.
워싱턴 DC 북서 4가와 플로리다 애비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선교센터 주변은 그리 녹녹치 않은 곳이다.
선교단체의 활동과 봉사자들의 잦은 방문 때문에 지금은 한인사회에 많이 알려졌고 주민들도 한인을 그리 경원시 하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적지 않은 범죄가 방문자들을 위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김 권사는 5년간 노숙자 주일예배를 꼬박 참석했다.
추수감사절 터키 나누기, 크리스마스 행사, 부활절 꽃심기, 담요나누기, 생수 나누기…
김 권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행사는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상진 목사(평화나눔공동체 대표)는 “김 이사장을 통해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말 없이 자신을 아낌없이 바친 김 권사 부부의 삶은 한인사회에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숙자 봉사는 훼어팩스 카운티 정부에서 차량 관리 및 정비 담당 공무원으로 12년간 근무하고 은퇴한 뒤 얼마 안돼 뛰어든 일이었다.
김 권사는 “젊은 목사가 그 위험한 곳에서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노숙자 봉사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면서 “별로 힘든 것은 없었는데 재정적으로 큰 후원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사실 남의 불편과 고통을 보면 참지 못하는 김 권사의 습관은 꽤 오래된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노인아파트에 거주할 당시에도 140여 한인 노인들을 돕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소셜 시큐리티 번호가 필요한 노인들을 통역해 주고, 후드 스탬프도 만들어주고, 운전도 해주면서 자타가 인정하는 통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한인 노인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예배를 인도하면서 설교도 했다.
맥클린에 소재한 ‘루인스빌 노인 아파트’로 이주한 뒤 과거처럼 바쁘지는 않지만 나보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현재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탕가 바이블 칼리지를 후원하는 선교회의 이사로 있는 김 권사는 “나이들어서도 여러 가지로 남을 도울 수 있으니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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