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한 교회 만들기

2004-11-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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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호루라기

학생시절 한 부흥사가 강단에서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라고 외치며 “하나님의 뜻을 대신하는 담임목사님을 잘 따르는 것이 신본주의”라고 가르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당시 나의 눈에는 그렇다면 그 부흥사가 목이 쉬도록 강조하는 신본주의는 왜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만도 못한가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남가주의 어느 목회자는 “교회 안에 제직회, 당회같은 것을 두면 교회운영에 방해만 된다며 당회, 제직회 없이도 교회가 잘만 운영되고 있다”는 자랑을 하며 “교회는 신본주의이니 민주적인 절차는 필요없다”고 했다고 한다.
한 교인은 자신의 교회를 보면 무슨 ‘독재 소공화국’같다는 하소연을 한다. 목회자의 전횡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지난 날 군사독재시절이 연상된다고 했다. 교회재정의 흐름이 불투명하고, 교회운영의 주요 정책도 담임 목사가 혼자 결정하며 때론 즉흥적인 발상이 교회 전체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과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다른 교회를 찾아가도 상관없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선교단체를 섬기다 일년 전 이민 온 한 성도는 설교 듣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일년 내내 물질의 축복만을 강조하다 못해, “미국까지 와서 부자가 되지 못하면 하나님의 축복을 받지 못한 자”라는 거침없는 표현을 하더란다.
미국생활 이십 년을 넘긴 한 분은 오랜만에 동부에서 만난 지인에게 교회의 문제를 이야기하다 “아직도 한인교회에 출석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저들의 이야기에는 단지 교회에 대한 불만과 비난의 볼멘 소리라는 느낌보다는 너무도 안타까운 교회 현실에 대한 고민과 바람직한 교회상에 대한 작은 바람이 담겨 있었다.
LA기윤실이 건강한 교회를 꿈꾸며 종교개혁주간을 맞아 ‘건강교회체크리스트’를 발표했다.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항목들을 담고 있는 이 표를 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교회 안에서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들이 이루어져 왔던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법 준수와 법 앞에서의 정직’ ‘합리적인 의사결정’ ‘투명한 교회 운영’ ‘재정운영의 투명성’ ‘예배와 설교’ ‘교회의 사회적 관심’ ‘ 교육과 선교’ 등의 7개 주제에 담긴 38가지의 항목들은 우리 스스로 우리 교회에 대한 관심을 두었는가 하는 자문과 함께 건강한 교회를 이루기 위한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작은 질문지 하나가 교회의 변혁을 이룰 수는 없겠지만 작은 인식의 변화로 시작되는 시각의 올바른 교정은 교회의 건강성을 위한 교회 개혁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종 천
(기윤실 실행위원)
www.cemkla.org (213)38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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