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톱’(Saw) ★★★★

2004-10-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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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Saw) ★★★★

형사 데이빗이 천재적 사이코의 놀이개가 된 사람을 구출하려고 다가가고 있다.

핏빛 영상…죽음의 게임 ‘오싹’

잔인하고 끔찍하고 유혈이 낭자한 공포스릴러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과 궁금증을 몰아가다가 기막히게 역설적으로 끝나는 흥미만점의 영화다. 장르는 오래된 것이지만 각본이 매우 참신하고 똑똑한데 플롯이 구절양장처럼 꼬여 있어 영화가 다 끝나는 순간에 가서야 궁금증이 풀리게 된다.
박찬욱의 ‘올드 보이’와 ‘세븐’과 ‘양들의 침묵’을 연상케 하지만 완전히 독창적인 상상력 풍부한 영화로 병든 유머까지 있어 고통 당하며 웃게 된다. 남의 괴로움을 몰래 엿보며 즐기는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슬쩍 철학적 의미까지 첨부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외과의 로렌스(케리 엘웨스)와 프리랜서 사진사 애담(리 와넬-각본을 썼다)이 사체실 분위기를 내는 형광등이 켜진 더러운 타일바닥 지하 방에서 마주보며 각기 쇠파이프에 쇠사슬로 발이 묶인 상태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둘은 왜 자기들이 이 지경이 됐는지를 모른다. 둘 사이에는 피투성이의 남자 사체가 있는데 그의 한 손에는 권총이 쥐어져 있다.
둘을 관찰하며 음성으로 지시하는 천재적 악인의 이름은 ‘직소‘. 둘은 이 직소의 장기말이 되어 그가 제공하는 단서에 따라 생존을 위한 죽음의 게임을 하게 된다. 로렌스가 ‘직소‘의 단서에 따라 손에 쥔 카셋 테입은 그에게 앞으로 8시간 내 애담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그렇지 않으면 로렌스의 아내와 딸은 물론이요 로렌스와 애담까지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것. 로렌스와 애담은 ‘직소‘의 희롱에 놀아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적대시하다가도 살아 남기 위해 협조를 하나 ‘직소‘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각기 낡은 톱이 하나씩 주어졌는데 이 톱은 쇠를 자르기에는 약하나 살과 뼈를 자를 수는 있다.
이 둘의 얘기와 병행해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수사하다 정신이 돌아버린 형사 데이빗(대니 글로버)의 얘기가 서술된다. 이 과정에서 ‘직소‘가 자기 손을 안 대고도 자기의 인간 제물을 교묘한 죽음의 게임의 노리개로 쓰다가 결국 처참한 죽음을 당하게 만드는 몇 건의 살인사건이 묘사된다. 마치 참혹하고 끔찍한 모양이 나오는 직소 퍼즐을 맞춰나가는 흥분감과 재미와 긴장을 만끽할 수 있다. 제임스 완 감독. R. Lions Gat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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