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샛길 ‘ ★★★★(5개 만점)

2004-10-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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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길 ‘  ★★★★(5개 만점)

마일스(왼쪽)와 잭이 포도주를 마시기전 색깔을 감상하고 있다.

(Sidways)

속물 두 중년남자 우정과 희망찾기

이제 나이 불과 43세에 인생과 인간에 대해 통달한 듯한 깊이 있으면서도 상냥한 영화를 만드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슈미트에 관하여’)의 포도주와 인생에 대한 예찬이다.
중년의 두 남자친구의 버디 무비요 로드 무비라는 틀 속에 삶과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를 약간 황당하면서도 얄궂은 유머와 위트로 조리한 코미디로 깔깔대고 웃다가도 숙연해지는 통찰력 있는 작품이다.
두 친구는 어떻게 보면 별로 사귀고 싶지 않은 인물들. 그런데도 이들이 주말여행을 하면서 뒤늦은 인생공부를 하느라 겪고 행하는 시련과 갈등 시행착오와 거짓말 그리고 속물근성과 철없는 짓들이 솔직하고 인간적이어서 둘을 미워할 수가 없다. 결국 둘은 여행 끝에 진짜 어른이 되는데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마감해 가슴 따스하고 기분 좋다.
이혼한 중학교 영어선생으로 자기가 쓴 소설의 출판 여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마일스(폴-지아매티 ‘아메리칸 스플렌더’)는 삶으로부터 총체적으로 퇴짜맞은 친구. 그의 얼굴만 봐도 피곤해진다. 마일스가 곧 결혼할 전 TV배우로 지금은 광고에나 나오는 어른 아이 같은 섹스 호르몬 과잉의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을 데리고 주말에 중가주로 총각 떼기 여행을 떠나면서 온갖 사건이 발생한다.
포도주광으로 다소 속물처럼 포도주에 대한 지식을 과시하는 마일스는 포도주와 골프가 여행의 목적. 그러나 잭은 결혼하기 전 다른 여자와 자는 것이 목적. 둘은 노상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정을 즐기는데 목적지에서 식당 웨이트리스인 마야(버지니아 맷슨)와 포도주 시음장서 일하는 스테파니(한국계 샌드라 오-페인 감독의 아내다)를 만나면서 로맨스가 여문다. 마일스와 마야는 피노와 캐버네를 인생에 비유하면서 고담준론을 즐기고 잭과 스테파니는 발가벗고 야단스럽게 섹스를 즐긴다(나중에 잭은 스테파니에 의해 모터사이클 헬멧으로 얻어터져 코가 깨진다).
비감과 웃음을 잘 섞은 사실적이면서도 때론 터무니없는 영화로 감정적으로 세련됐다. 보기 좋은 것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인데 남자 배우들(특히 지아매티의 좌불안석하는 불편한 연기가 좋다)도 잘 하지만 여자 배우들의 연기가 이들을 압도할 정도다. 주인공은 두 남자인데도 맷슨과 오가 품위와 무게를 지닌 연기로 역들을 소화해 둘이 화면서 사라진 뒤에도 그들의 후광이 느껴진다. 음악도 싱그럽다.
그런데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가 다소 장황해 지루함마저 느끼게 되고 잭이 또 다른 식당 웨이트리스와 바람을 피우는 엉뚱한 에피소드 등은 이 영화의 결점. 그러나 은근하면서도 날이 선 예지로운 영화로 신선한 훈풍을 맞는 느낌이다.
R. Fox Searchlight. 그로브(323-692-0829)와 모니카(310-39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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