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ola! amigo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2004-10-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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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회. 중남미인과 중남미 문화 4. 안전지대.
필자가 처음 LA 한인타운에 도착하여 세들은 아파트는 제법 큰, 90세대가 사는 곳이었는데, 89세대가 라티노이고 필자만 ‘딴 나라’ 사람이었다.
싼 아파트를 찾다 보니까 입주한 것인데, 보증금(dep?ito)도 받지 않고, 아주 분위기가 좋았었다.
당시는 차가 없을 때라(물론 아주 단기간이었고, 지금은 당연히 차가 있으니, 기타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사실은 신문사와 가까워서(당시 중앙일보의 스패니시 학교에서 가르칠 때이다) 걸어다니면 운동도 되고 좋은데 학생들이 호의로 태워다 주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사실 거절하려도 비가 올 때는 애로가 약간 있었다. 특히 많이 올 때는.
“선생님, 댁이 어디세요?” “아, 요 근처예요.” “모셔다 드릴 테니 타세요.” “걸어가도 되는데” 아파트에 도착한 후 대부분의 학생들의 질문이 어쩌면 모두 똑 같은지.
“선생님, 여기 사시면 무섭지 않으세요?”
“아니, 전혀 안 무서운데요. 뭐가 무섭습니까? 그들과 비슷한 사람들과 20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거기다 학생들은 아주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없는 동네의 아파트일수록 안전하다는 진리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하긴 그래서 배우는 거지만.
“없는 사람끼리 털 일 있습니까? 털려면 있는 동네로 원정가지. 여긴 엄청 안전해요.”
그래서 아주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1년을 살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아니 왜 평생 안 살고 이사 갔느냐고? 물론 평생 살고 싶었는데 당시 중앙일보에, 지금 한국일보에 쓰고 있는 것과 같이, 매일 칼럼 원고를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토요일마다 여기 저기서 뚱땅거리는 데다, 음악을 틀 때마다 저음 스피커의 볼륨을 얼마나 높이는지 아파트 전체가 들썩들썩해서 책상에 앉아 글쓰는데 지장이 막대했다.
사실 라틴 음악이야 남미에서도 수시로 듣던 곡이라 부담은 전혀 없는데 원고 진도가 통 안 나가는 것이었다. 또, 가끔 지하실 주차장에서 조명을 빌려다 놓고 본격적으로 춤을 출 때는 깡통 맥주라도 마셔가면서 구경도 해야 되고. 어쨌든 글쓰는데 애로가 많아서 안전하고 정든 그 곳을 부득불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라티노들이란 잘 사귀어 놓으면 아주 순박하고 괜찮은 민족이다. 단지 서로 이해가 걸려 있는 일은 피해야지, 돈 문제에 부딪치면 치사할 정도로 양보가 없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마르띤 스패니시 칼리지, 마르띤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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