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ola! amigo 마르띤의 스페인어 회화와 중남미 문화 산책

2004-10-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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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회. 중남미인과 중남미 문화 3. 가정부.
필자 또한 남미에서 여러 비즈니스를 경험하면서 많은 라티노들을 고용했었다. 필자는 마음이 본래 착해(?) 이주 초창기에는 모두 내 마음 같으려니 하고 그들을 대했었다. 어느 날인가 노동청의 조사관이 돈을 뜯으러 왔는데 알고 보니 당시 필자의 가정부(empleada dom?tica)가 오버 타임(hora extra) 수당 등의 문제를 걸고 고발을 한 것이었다.
어제까지 가족 같이 지내며 그렇게 아이들을 예뻐하던 가정부가 노동청 조사관 옆에서 찬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고 그 후부터는 그 사람들에게 신경을 껐다.
남미에서는 아직 인건비가 싸서 밥 먹을 만한 집이면 대부분 가정부를 한둘씩 두고 산다. 아르헨티나 같이 물가가 비싼 나라를 빼고는 대개 한달 급료가 100~150달러 정도면 고용할 수 있다. 체력이 좋아 일을 잘하고, 특히 아이들을 귀여워하며 아주 잘 돌본다.
남미의 좀 쓸만한 집들은 대개 뒤뜰에 잔디밭과 조그만 별장 비슷한 집 즉, quincho라고 부르는, 사방이 트여 있고 지붕만 있는 작은 건물이 있다.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커다란 석쇠가 설치되어 있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탁도 구비되어 있는 휴식을 위한 장소이다.
그 옆에 대개 조그만 수영장과 별도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주말이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친구들을 불러놓고 통갈비나 돼지갈비 그리고 소시지를 잔뜩 구워 먹으면서 풀에 들락거리면 아무리 맥주를 많이 마셔도 술에 취하지를 않는다. 그 때 생각하면 참 살 맛났었다.
남미에서는 동포들이 대개 한 동네에 모여 살기 때문에 친한 사람들은 거의 매일 만날 수 있어 서로를 너무 잘 알뿐 아니라 유대가 각별하다.
그렇다고 여기 같이 술 마시고 운전하다 음주운전(manejo de borracho. manejando ebrio)에 걸릴 염려도 없으니 자연 자주 모여 놀게 된다. 그러한 배경이 서로 계도 들고,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사는 풍토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들도 현지인, 한국인 가리지 않고 사귀고 부모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 미국서 성장한 1.5세나 2세에 비해 대부분 한국어가 유창하다. 그러다 미국에 온 자녀들은 영어까지 3개 국어를 자기 나라 말 같이 하니 평생 배고플 걱정 없는 대단한 자산이 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다 미국에 와서 사람을 사귀면서 보니, 친해져도 뭔지 모를 벽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가끔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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