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음식에 희망담아 함께 나눠요 ”

2004-10-19 (화)
크게 작게
“ 음식에 희망담아 함께 나눠요 ”

한인타운 일용직 근로자들이 김요한 신부(맨뒤)가 나눠준 컵라면을 즉석에서 나눠먹고 있다.

성공회 세인트제임스교회 매주 ‘금요 수프키친’ 행사


HSPACE=5

세인트제임스교회의 한인예배를 인도하는 김요한 신부가 본당에서 성공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50여 노숙자와 시끌벅적한 잔치
매일 일용직 근로자에 점심도
영·육 살리는 봉사로 확대계획

A 윌셔와 샌앤드류스, 고즈넉한 수도원 분위기의 한 예배당 부엌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어김없이 시끌벅적한 잔치가 벌어진다.
성공회 세인트제임스교회(한인예배담당 김동진 신부)가 지역 홈리스 피플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프라이데이 수프키친’ 행사.
“평소에 어디들 있었는지, 150여명의 노숙자들이 매주 이 시간이면 교회로 모여 성도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지는 저녁식사를 즐겁게 나눕니다” 올 여름 성공회 교구위원회로부터 이 교회 임시 주임신부로 발령 받은 찰스 세쿼티 신부의 설명이다.
또 매일 점심시간엔 히스패닉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감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는 한인타운 아드모어와 샌마리노, 그리고 올림픽과 마리포사에는 스패니시 찬양소리 요란한 빨간 지프차의 라면아저씨가 등장한다.
반갑게 “아저씨!”를 외치며 떼지어 몰려드는 근로자들에게 큰 물주전자를 기울여 끓는 물을 부어주며 “우노, 플리즈!”를 연신 외치는 ‘라면 아저씨’는 세인트제임스 교회에서 한인 예배를 인도하는 김요한(동진) 신부.
“매일 이 두 곳에서 약 60여명에게 컵 라면과 커피, 더운 날엔 커피대신 찬 음료를 나눠준다”고 밝힌 김 신부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도록 ‘한 개씩만 가져가라’고 소리친 것”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는 또 “주로 한인들의 비즈니스나 이사 등 가계 잡무에 동원되는 이들은 바로 우리의 이웃”이라며 “앞으로는 이 간식과 함께 신앙을 갖도록 돕고 영어로 ‘예수님은 선한 목자, 나는 선한 일꾼’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나눠주는 등, 영과 육을 살리는 봉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인사회를 위해 꾸준히 숨어서 봉사하는 성공회 교회지만 의외로 한인들에겐 생소하다.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는 기독교의 한 교파로 16세기 종교개혁 때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분리돼 탄생했다. 한국엔 1889년 영국 성공회의 한국교구인 ‘대한성공회’(The Anglican Church in Korea)로 설립됐다.
현재 한국의 120개 성당 소속 6만5,000명을 포함, 전 세계 164교구에 총 1억명의 신자가 있으며 전 미주에 흩어져 있는 한인 신자 수는 총 1,000여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가톨릭의 전통을 이어받아 성체, 고백, 혼인, 견진 등 7성사를 거행하고 구약과 신약, 주교, 사제, 부제직도 그대로 승계했다. 또 수녀는 가톨릭과 같지만 개신교처럼 사제의 결혼을 허용하며 특히 여성 사제를 배출하는 점은 개신교보다 더 개방적이라 할 수 있다.
김요한 신부는 “성공회 신앙의 핵심은 ‘중용’으로 어느 한쪽 극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삶을 가르친다”며 “하지만 적당히 가운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확실한 견해와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미국에서는 성공회 교회를 ‘Protestant Episcopal Church’라 부르는 만큼 신학과 말씀전례는 개신교와 거의 동일하지만 예배마다 행하는 성찬전례는 가톨릭과 거의 동일하며, 주교 안수엔 반드시 3명 이상의 현역 주교가 참석해야만 가능할 정도로 교구의 주요 절차는 정통 로마 가톨릭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하는 용어도 신부와 목사, 교회와 성당, 예배와 미사 등 둘 다 사용한다. 보통 예배는 말씀전례와 성찬전례의 2부 순서로 나뉘며 대부분 미국 교회 안에 소속돼 있는 한인 신자들은 같은 시간에 따로 한인신부 인도로 한국어 말씀전례를 가진 후, 2부
성찬전례 때 다 같이 모여 성찬식을 행한다. LA지역 성공회 한인교회로는 세인트제임스교회(김요한 신부·3903 Wilshire Bl. (213)388-3417 X.112)와 성바울 캐서드럴센터 교회(김스데반 신부·840 Echo Park Ave. LA (800)366-1536 x.202), 가든그로브 부활교회(안애단 신부·13091 Galway St. (714)539-2320) 등 3개가 있다.

<글·사진 김상경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