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2004-10-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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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전도

어느 교회들의 전도행사를 보면 화가 난다. 조직을 짜서 마켓 입구를 막고 전도지라고 돌리는데, 내용을 보면 교회 광고지이다. 식당마다 설교 테입이나 예배 주보를 매주 가져다 놓는데, 항상 구석에서 돌다가 쓰레기통 행이 된다. 선교부 예산에서 나온 귀한 헌금이 낭비되는 것이다.
매주 전화를 걸어 괴롭히는(?) 교회도 있다. 다른 가까운 교회에 나간다고 해도 막무가내이다. 자기 교회가 더 좋고 목사님 설교가 더 은혜롭다는 말이다.
전도폭발, 교회성장 세미나, 태신자 프로그램, 구도자 예배, 전도대학 등등의 많은 전도훈련 프로그램이 있지만, 나에게 가장 분명하고 감동을 주었던 전도에 대한 교육은 주일학교 다닐 때 반사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전도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이미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전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도는 사람들을 교회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나의 교회에 나오게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전도는 한 영혼을 하나님께로 인도하고 예수 안에서 구원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진정한 전도는 뭇 영혼을 사랑함에 있다. 나를 위해서도 아니고, 나의 교회를 위해서도 아니다. 진정한 전도의 의미를 마음에 품은 성도는 전도함에 있어서 결코 나의 교회로 오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사람의 여러 가지 환경에 가장 적절한 교회로 인도할 것이다.
왜 사람들은 여러 명을 교회로 데리고 와서 받는 ‘전도왕’상보다, 한 영혼을 인도한 천국에서의 ‘면류관’상이 더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일까? 전도란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하는 것임을 모르는 것일까? 컬러풀한 광고지를 뿌리고, 숫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텔레마케팅을 하듯이 하는 ‘장사 전도’는 그만 두어야 한다. 이런 장사 전도로 교회는 커질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부흥하지 않는다.
모든 크리스천들은 전도해야 한다. 한 영혼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고, 위해서 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예수 전도’를 해야 한다. 오늘도 마켓 앞에서 전도지를 내미는 분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전도를 하십니까? 교회가 가득 차는 모습입니까, 아니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는 예수의 모습입니까?

이 용 욱 목사
(하나크리스천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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