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 ‘ ★★★★(5개 만점)

2004-10-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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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아메리카: 세계 경찰 ‘ ★★★★(5개 만점)

평양 김정일의 궁에 침투한 팀아메리카가 김정일 초상화 앞에 서 있다.

(Team America: World Police)
인민복 김정일 청승떠는 패러디 요절복통

세상에 이렇게 입이 건 주인공들은 처음 봤다. 말이 상소리인데 그것이 온갖 성적 욕지거리여서 깔깔대고 웃다가도 얼굴이 붉어진다. 끊임없는 욕설과 노골적인 성행위 그리고 유혈과 살육과 파괴와 구토가 판을 치는 영화로 주인공들이 사람이 아니라 22인치 길이의 인형들이어서 더 재미있고 우습다.
상스럽고 야한 만화영화 ‘사우스 파크’를 만든 맷 스톤과 트레이 파커가 제작하고 감독한 이 기발한 꼭두각시 영화(인형들을 움직이는 줄이 보이는데도 일반 영화처럼 실감이 난다)는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는 액션 모험영화에 사악한 유머를 가미,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테러리스트 그리고 진보적인 할리웃 스타들을 싸잡아 조롱하고 비판하고 있다. 제임스 본드 영화와 ‘킬 빌’과 쿵푸 영화의 부분을 빌려다 쓰기도 했는데 세계 정복을 꾀하는 테러리스트의 주인공이 김정일이어서 한국 사람들은 특별한 재미를 즐길 것이다.
마운트 러시모어의 대통령 얼굴 속에 본부(후에 마이클 모어를 닮은 자폭 테러리스트에 의해 박살이 난다)를 둔 팀 아메리카는 테러리스트를 때려잡는 미특공대. 각기 전공과 특기가 다른 조와 리사 등 5인조가 파리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든 아랍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에펠탑과 개선문과 루브르박물관이 완파되는데 이것들 외에도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스 그리고 파나마운하 등도 파괴된다.
액션이 쉬는 동안 팀 아메리카 개인들의 면모와 성격과 상호 관계가 묘사된다. 이 영화는 당초 NC-17등급을 받았는데 그것은 게리와 리사의 러브신 때문. 둘이 계속해 체위를 바꿔가며 어떻게나 요란하게 섹스를 하는지 스크린이 다 들썩거릴 지경. 그런데 팀 아메리카는 알렉 볼드윈을 위시한 할리웃 진보파 스타들의 격렬한 적대감 때문에 애를 먹는다. 이 때문에 게리는 팀을 이탈하기까지 한다. 볼드윈 외에도 션 펜, 팀 로빈스, 수전 서랜든, 마틴 쉰, 대니 글로버, 새뮤엘 L. 잭슨 등은 모두 김정일 지지자로 나오는데 이들은 후에 팀 아메리카와 흑표범(실은 고양이)에 의해 머리와 허리와 사지가 절단이 나 처참하게 피를 흘리면서 죽거나 불에 타죽는다.
김정일(단구에 굵은 검은 테 안경을 쓰고 인민복을 입은 그가 .F자 상소리를 내뱉으며 유엔 무기 사찰단원 한스 블릭스를 상어밥으로 준 뒤 ‘나는 외로워’를 청승맞게 노래하는 장면이 요절복통하게 우습다)은 자기 궁에 세계 지도자들과 할리웃 진보파들을 초청, 가짜 평화회의를 개최한다. 그는 회의 동안 전세계 테러를 시도하는데 최후의 순간에 이를 막는 것이 팀 아메리카. 김정일은 옛 프러시아 장군모의 뾰족한 장식에 찔려 죽는데 곧 바퀴벌레로 환생, 로켓을 타고 도주하면서 복수를 다짐한다(속편 예고?).
상스럽게 재미있는데 스톤과 파커는 진보파 스타들을 유난히 증오하는지 그들을 갈갈이 찢어 죽인다. 부시가 좋아할 영화이고 북한 사람들은 스톤과 파커를 죽이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디자인(세트와 의상 등)이 매우 좋고 음악도 즐겁고 흥겹다. R. Paramoun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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