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와! 호박 도깨비 크다, 커

2004-10-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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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앞둔 핼로윈 펌킨패치 나들이

국 사는 어린이들은 10월 한 달이 내내 축제다. 따로 어린이날이 있어서가 아니다. 10월 말 핼로윈을 앞두고 핼로윈 의상과 잭오랜턴 용 호박을 고르러 다니느라 한 달이 후딱 지나가버리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김창옥(43, 국선도 사범)씨는 두 딸 현영(10)과 준영(7)을 데리고 웨스트우드에 들어선 호박 시장 미스터 본즈 펌킨 패치(Mr. Bones Pumpkin Patch)엘 다녀왔다.
땅 값이 만만치 않은 동네임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넓은 공터가 있어 주황색 호박이 넝쿨째 굴러다니는 것이 신기했다.
펌킨 패치에는 잘 여문 호박들이 수 백 개나 진열돼 있었다. 끝도 없는 호박들 사이로 어린이 4-5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대형 호박을 보고 있자니 파티에 가지 못해 질질 짜고 있는 신데렐라에게 다가와 잘 익은 호박 하나를 구해오라고 해서 화려한 마차로 만들어주었던 요정 대모가 생각난다.
매년 웨스트우드 지역에 들어서는 펌킨 패치는 오리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본즈(Mr. Bones)가 그의 농장에서 직접 따온 호박을 내다 파는 것. 올해로 벌써 15년째 운영되고 있는 전통 있는 마켓이다. 본즈는 자기네 호박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어떤 것보다 좋은 품질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아주 쉽게 조각되는 질감의 호박들은 조각한 후에도 오래도록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
오리건 농장에서 직접 키운 옥수수와 인디안 옥수수, 스쿼시 역시 잭오랜턴 용 호박과 함께 판매되고 있다. 좋은 품질의 식용 호박도 있다.
껍질이 붙어있는 색색의 옥수수와 호박들을 골라 집안 곳곳에 놓아보자. 커튼을 바꾸지 않아도 가을 분위기가 흠뻑 날 테니까.
이밖에도 펌킨 패치에서는 가장 최근의 핼로윈 상품과 호박 조각 도구들을 구할 수 있다. 영 호박 조각이 자신 없는 이들을 위해서는 조각 서비스도 대행해준다.
펌킨 패치에는 호박 시장 말고도 가족들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가득하다.
대형 호박을 조각해 놓은 핼로윈 자이언트, 어린이들이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점핑 펌킨과 문바운스는 물론이고 당나귀 타기와 페팅 주까지 있어 마치 컨트리페어에라도 온 느낌. 그야말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체험해 볼 수 있게 돼 있다.
페이스페인팅 코너에 선 두 소녀는 디자인을 뒤적거린다. 물고기를 그려 넣은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얘기하자 페이스페인팅 아티스트는 조막만한 현영의 얼굴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한다. 반짝이와 별로 얼굴을 장식한 두 소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어댄다.
핼로윈 이란 것이 어린이들의 정서를 헤치는 이교도들의 풍습이란 생각이 들더라도 올 해에는 자녀들의 손을 잡고 펌킨 패치로 발걸음을 옮겨봄이 어떨지.
탐스러운 호박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것은 인류 모두가 가졌던 수확과 자연에 대한 감사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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