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4-10-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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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는 교회

한국에서 꽤 알려진 어느 목사님이 최근에 ‘기적이 상식이 되는 교회’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고 한 비판적인 언론인은 ‘한국교회는 상식이 기적이 되는 장소‘가 아니냐고 비아냥거렸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교회에서는 상식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저자 목사님의 말씀은 틀린 것이 아니다.
실상 예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것들은 세상에서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지 않는가? “왼 뺨을 때리면 오른 뺨을 내어 놓으라”는 교훈을 상식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실천할 수 있겠는가? 성령께서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기적이 일어나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언론인의 말대로 지금 문제되고 있는 것은 세상에서의 상식마저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 곳이 한국 교회라는 사실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봄에 정직하게 세금을 내자고 지극히 상식적인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그 후 기윤실은 이 상식적인 주장에 대해 상식을 뛰어넘는 반응 앞에서 황당해 한 적이 있다.
그 반응들 중에 털 끝 만큼의 논리라도 갖춘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어디 윤리적인 행동으로 구원을 받느냐”는 반격이었다. 그러나 “구원은 믿음에서 온다”는 교리로 “성도들은 참답게 살아야 한다”는 윤리를 가리려 한다면 기독교를 몰윤리적 종교로 강등시키는 상식 밖의 잘못을 범하게 된다.
지금 기윤실은 ‘건강교회 체크리스트’를 작성 중에 있다. 거기에 “당신의 교회에는 각종 회의에 규칙이 있고 그 규칙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느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사항이 있다. 오죽하면 윤리운동을 한다는 단체가 이런 상식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사항을 교회에게 질문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서글퍼지지 않을 수 없다.
실상 지금 한국 교회의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도 따지고 보면 세상의 상식이나마 지켜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최소한도의 요구인 것이다. 이런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교회를 그저 구경만 한다면 한국 교회는 세상에서 멸시의 대상이 될 것이 뻔한 사실이다. 교회가 세상보다 도덕적으로 하위에 있을 때 세상을 향해 무슨 발언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교회 개혁을 외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 기적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라는 기적이 상식처럼 여기저기서 발휘 될 때 한인교회는 건강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 대학 학장)
(LA기윤실 공동대표.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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