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간증거리 ”

2004-10-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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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간증거리 ”

김태원 선교사(오른쪽)와 부인 김성녀 목사.

‘북파공작원에서 선교사로’출간
김 태 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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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낸 듯 소설 같은 이야기, 3막4장의 연극을 보는 듯한 70평생 삶의 여정을 담은 미주한인선교사의 간증서가 출간됐다.
은혜한인교회(담임목사 한기홍) 파송 선교사로 현재 남미은혜선교센터 총책을 맡고 있는 김태원 목사(70·사진 오른쪽)가 최근 회고록 ‘북파공작원에서 선교사로’(스포라 간)를 펴낸 것.
지난 달 18일 은혜한인교회 선교세미나 참석 차 LA를 방문한 김태원·성녀 목사 부부는 “마흔이 넘도록 신앙을 몰랐고, 심지어 아내의 신앙생활을 가로막기도 했던” 김목사가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현지 목사들을 스파르타식으로 훈련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라면서 “파란만장한 삶 자체가 간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수부대원으로 명성 날리던 군생활
‘실미도’김순웅 상사와 낙하산 훈련

수간호사 아내만나 유럽 선교사로
목사된 부인과 현지 목사 훈련사역

‘아주 특별했던 군 생활’ ‘탄광주먹에서 선교를 꿈꾸는 기독교인으로’ ‘유럽으로 중남미로, 세계로!’의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 속엔 김목사가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보낸 어린 날과 고교시절 주먹세계로부터 자연스레 이어진 공군 특수부대 입대, 북파 공작원으로 북한 땅을 밟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작전의 귀재로 진땀빼던 20대, 총질과 주먹질로 아슬아슬한 ‘깡패중대 김 상사’로 악명을 떨치는 한편 의리를 목숨보다 중시하는 특수부대원으로서의 명성을 날리던 군생활이 흥미진진하게 묘사돼 있다.
책 속에는 당시 전과자를 훈련시켜 백령도를 통해 평양으로 침투시키는 역할을 했고 영화 ‘실미도’의 684부대 교육대장 김순웅 상사(안성기 분)와 함께 낙하산 강하훈련을 받기도 했던 실제 인물로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는 장면도 있다.
김목사는 “김 상사는 규정대로 군복 바지춤에 고리를 넣는 대신 똘똘 감아 올려 멋을 낸 내 ‘패션’을 따라하다가 기합도 많이 받았다”고 회상하다가 “영화 속에선 그가 자살한 것으로 묘사돼 있지만 실제로는 무기고 열쇠를 빼앗으려는 대원들에 맞아 죽었다”고 털어놓으며 씁쓸해 하기도 했다.
제대 후 강원도 탄광을 주름잡던 건달에서 ‘어머님 같기도, 누님 같기도 한’ 당시 장성병원 수간호사였던 아내 김성녀씨를 만나 파독 남자보조간호사를 거쳐 미주한인사회로 이어진 여정. 도미 후 특별한 ‘성령체험’과 부인의 권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목사가 된 후 유럽 파송 선교사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지서 개척교회를 시무하며 선교에 헌신한 일,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거주하며 목사가 된 아내와 함께 1,500여 현지 목사들을 모아 훈련시키는 사역에 이르기까지 ‘지루할 새 없이’ 전개된 그의 삶이 고스란히 소개돼 있다.
김목사는 이 책의 출간 동기 및 배경에 대해 “공군예비역 전우회의 인터넷모임인 ‘로카피스’(www.kafi.net)에 군 시절 이야기와 20여 년간 선교사로 세계 각지를 돌며 간증한 내용들을 실었던 것이 특히 영화 ‘실미도’가 세상에 알려지던 시기 선후배들의 성화에 못 이겨 책으로 엮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부부는 이제 두쪽 난 결합체처럼 서로가 없이는 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나 많아 죽으나 사나 붙어 있어야 한다”며 얼굴 가득 환히 미소 짓는 사모 김성녀 목사(63)의 간증도 책 끝 부분에 ‘간호사와 빨간마후라의 만남’ 등의 제목을 달고 부록으로 실려 있다.
“젊은 날에는 나라와 지휘관을 위해 목숨을 걸고 수많은 작전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하나님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고 그 나라와 의를 위해 살다 가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김 목사는 오는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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