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모터사이클 일기’ ★★★½(5개 만점)

2004-09-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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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사이클 일기’  ★★★½(5개 만점)

게바라(앞)와 그의 친구 그라나도가 걸어서 사막을 횡단하고 있다.

혁명가 ‘게바라’의 자전적 로드무비

아르헨티나의 중상류 가정에서 태어난 내성적인 의학도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어떻게 해서 마음과 가슴의 눈이 떠져 혁명가요 선동가인 ‘엘 체’가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자전적 로드무비다. 브라질의 윌터 살레스 감독의 차분하고 주도면밀하면서 또 지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이다.
내용, 연기, 촬영, 경치 등 모든 면에서 손색이 없지만 서술방식이 단선적이요 에피소드적인 것이 결점(마치 히스토리 채널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젊은 혁명가의 각성을 다룬 영화로서는 너무 냉정하다. 정열과 힘이 아쉽다.
자아 발견의 모터사이클 여행의 이야기는 1952년 부잣집 아들로 의대서 나병을 전공하는 23세의 에르네스토 게바라(멕시코 배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다(로드리고 데 라 세르나)와 함께 고물 모터사이클을 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미대륙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게바라는 8개월에 걸쳐 칠레와 페루 그리고 베네수엘라를 여행하는 사이 각종 사회 부조리와 빈곤과 기아 및 불의를 목격하면서 천식을 앓는 소심한 부르좌 청년으로부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혈 혁명가로 변신하게 된다.
게바라와 그라나다가 처음 여행을 떠날 때만해도 그것은 세상 구경하자는 로맨틱한 성질을 가졌었다. 그러나 게바라는 여행에서 자신의 풍족한 삶이 나머지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목격하고 사회적 윤리적 각성을 하게 된다. 이들이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땅에서 쫓겨난 부부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한때 자랑스러웠던 잉카문명의 후손들을 만나면서 남미대륙의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적 사회적 지형도가 그려진다.
게바라가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혁명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페루의 나환자촌에서 제공된다. 여기서의 경험으로 게바라는 엘리트와의 관계를 절단하고 민중의 인간이 된다. 풍성한 로드무비이자 정치영화요 또 인간 각성의 영화로 마추피추의 사원과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등 수많은 남미의 절경을 찍은 카메라가 빛난다. ‘너의 엄마는 마찬가지야’ 이후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가르시아 베르날이 카리스마가 있는 연기를 한다. 젊어 처형된 게바라의 친구 그라나다는 현재 하바나에 살고 있다.
R.
그로브(323-692-0829). 10월1일부터 확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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