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구름 속의 머리’

2004-09-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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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의 머리’

페넬로피 크루스(왼쪽)와 샬리즈 테론이 탱고를 추고 있다.

적으로 다시 만난 옛 연인들

(Head in the Clouds)

염치없이 제멋에 취한 관객을 눈속임해 돈을 벌려는 통속적인 신파극이다. 살인자 창녀 역으로 오스카상을 탄 샬리즈 테론이 섹시한 여자로 나와 조국을 위해 적에게 몸을 팔며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는 구닥다리 내용의 영화다.
화끈한 정열과 사나운 역사 그리고 애절한 로맨스에 화려한 의상을 걸친 미남미녀들이 나와 울고불고 춤추고 사랑하면서 서사극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깊이 없는 얼치기. 보기엔 화려하고 생기발랄한 비극적 사랑의 이야기여서 여성 팬들이 즐길 작품인데 독창성이나 믿음성이 결핍된 소프 오페라다.
미술인 부모를 둔 길다(테론)는 본능적이고 육감적이며 용감하고 돈 많고 박식한 여자로 한 마디로 말해 거역할 수 없는 완벽한 여자.
1933년 캠브리지 대학생 가이(스튜어트 타운센드)의 기숙사 방으로 길다가 숨어들면서 둘이 첫 대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둘은 영화 내내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사랑을 하나 둘간에 불길이 당겨지질 않는 것이 영화의 큰 결점).
둘이 재회하는 것은 수년 뒤인 스페인이 내전 당시. 런던의 교사인 가이는 스페인 공화파 후원자로 파리에서 사진사가 된 길다의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놓고 파리로 온다. 애인을 계속 갈아치우는 길다는 전직 댄서요 모델이자 양성애자로 스페인의 피난민 미아(페넬로피 크루스)와 룸메이트. 길다의 아파트에서 묘한 3인의 공동생활이 이어진다.
그러나 가이와 미아는 이념을 위해 스페인의 전선으로 뛰어든다. 배신감에 젖는 길다. 스페인 전선에서 가이와 미아는 짧은 로맨스를 나누고 미아가 희생되면서 가이는 파리로 귀환한다. 그러나 길다는 그를 냉대한다.
여기서 시간대가 1944년으로 급속 전진한다. 길다는 독일 장교의 정부가 되어 화려한 생활을 계속한다. 그리고 영국 정보요원이 된 가이가 파리로 잠입하면서 그는 길다가 적의 여자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으로 진부한 얘기다.
스케일 크고 모양은 좋으나 인물들의 역할이나 이야기 전개가 모두 뚜렷치 못하다. 존 뒤간 감독. R. Sony Pictures Classics. 일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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