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버시티’ (Silver City) ★★★★½(5개 만점)

2004-09-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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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시티’  (Silver City)  ★★★★½(5개 만점)

무골충인 디키는 상원의원인 아버지와 재벌의 지원을 받고 주지사에 출마한다.

‘화씨 9/11’ 보다 더 통렬한 부시 비판영화

사체수사 통해 부패권력 실상 파헤쳐

마이클 모어의 ‘화씨 9/11’보다 더 뼈저리게 통렬한 부시 비판영화다. 미 인디영화의 1인자로 기존의 틀에 박힌 것을 타파하는 존 세일즈가 쓰고 감독한 흥미진진한 정치풍자 영화이자 긴장감과 스릴이 넘치는 사건 수사물이다.
20명에 가까운 앙상블 캐스트와 장편소설 못지 않은 복잡한 내용을 지닌 영화로 세일즈는 어지럽게 나열된 플롯을 치밀하게 이어나가는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정치와 대기업과 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부정과 부패 그리고 영향력 행사와 함께 이상주의를 상실한 언론과 줏대 없는 유권자들을 싸잡아 매섭고 사납게 물어뜯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터무니없는 연극의 연출자와 배우들을 연민하다시피 웃어대고 있다.
정치 경력이 없는 디키 필래저(크리스 쿠퍼)는 막강한 상원의원인 아버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콜로라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디키는 다루기 쉬운 무골충으로 본 어겐 기독교 신자인데 문법이 서툴고 말주변이 없다. 그의 말 한 마디와 제스처 한 동작을 일일이 코치하고 점검하는 것이 인정사정 없는 캠페인 매니저(‘부시의 두뇌’라 불리는 칼 로브다).
디키가 친환경주의자임을 보여준다고 호숫가에서 홍보용 연설 장면을 찍다가 그의 낚시에 사체가 걸려 나온다. 척은 이상주의자인 기자 출신으로 음모의 희생물이 돼 사립탐정 노릇을 하는 대니(대니 휴스턴)를 고용, 사체사건 뒤에 디키의 정적들의 개입 여부를 조사시킨다. 척은 대니에게 특히 디키에게 원한이 있는 그의 히피형 여동생 매디(대릴 해나) 등 3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한다.
대니가 이들 3명을 차례로 만나 조사를 하면서 이 사체사건 뒤에 유해물질을 호수로 방출한 폐광과 이런 사실을 은폐하려는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폐광촌에 신흥 주택단지 실버시티를 세우려는 개발업자가 디키의 후원자라는 것도 발견한다.
거대한 목장과 광산 및 미디어 소유주 웨스(크리스 크리스토퍼슨)와 개발업자와 로비스트 그리고 불체자들이 난마처럼 얽힌 사건을 조사하는 대니는 조사가 진행될수록 도덕적 분노감에 빠져들면서 사건에 집념한다. 이 과정에서 대니는 자기 옛 연인이자 이상주의적 기자로 주지사 선거를 취재하는 노라(마리아 벨로)와 재회한다. 그리고 사체의 책임은 자신을 고용한 측에 있다는 사실을 캐낸다. 라스트 신이 처연하게 역설적인데 쿠퍼와 휴스턴 등 배우들의 연기들이 훌륭하다.
R. Newmarket. 선셋 5, 모니카 7, 플레이하우스 7, 센추리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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