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가주에 9월이 오면..

2004-09-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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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에 9월이 오면..

사과 시즌 개막과 함께 남가주의 일부 과수원들은 방문객들이 사과를 직접 딸 수 있도록 과수원을 개방하고 있다.

사과 시즌

매년 9월이 되면 남가주 일원의 일부 과수원들은 방문객들이 사과 등 과일을 직접 딸 수 있도록 과수원을 개방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돌만큼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아이들과 한 알 한 알 정성스럽게 따 광주리에 담아오면 맛있는 과일을 즐길 수 있음은 물론 농부들이 느끼는 수확의 기쁨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남가주에서 과수원으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샌버나디노 빅베어 호수가 있는 샌고고니아산의 동남쪽 기슭의 오크 글렌(Oak Glen)과 샌디에고 클리블랜드 국유림 내에 있는 줄리안(Julian) 등이다.

수확 끝나는 11월까지 일반공개… 때맞춰 축제 한마당


오크 글렌 (Oak G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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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을 방문하면 맛난 과일은 물론 농부들이 느끼는 수확의 기쁨도 함께 맛볼 수 있다.

LA에서 동쪽으로 1시간반 정도 거리에 있는 오크 글렌은 가을이면 차가운 산 기운으로 나무들이 노란색 단풍으로 물들어 마치 뉴잉글랜드의 한 마을에 도착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 곳은 가을철이면 사과 수확으로 온 마을이 축제 분위기에 젖어든다. 이 아담하면서도 조용한 마을은 사과 수확기가 되면 몰려드는 방문객들로 흥청거리며 몇 안 되는 식당과 상점들은 오랜만의 호경기로 즐거운 비명이다.
이 지역 일대의 여러 사과 과수원 가운데 라일리 농장(Riley’s Farm and Orchard)은 80에이커의 대지에 심겨진 1,400여그루의 사과나무에서 15톤이 넘는 사과가 생산되는 대형 과수원이다.
10여 종류의 사과가 나는데 카라멜 애플을 만드는 ‘와인 샙’(Wine Sap), 아주 달고 달콤한 향기의 라일리 가족이 개발한 종자인 ‘라일리의 신비’(Riley’s Mystery) 그리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레드 델리셔스(Red Delicious), 골든 델리셔스(Golden Delicious), 로마 레드 델리셔스(Rome Red Delicious), 조나 골드(Jona Gold)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사과가 있다.
농장에는 배, 래스베리 등의 과일과 옥수수, 토마토 등 야채도 무르익었고 핼로윈을 앞두고 호박도 넝쿨째 굴러다니고 있다. 말, 토끼, 양 등 가축도 있어 어린이들은 신기한 동물을 만져보느라 정신이 없다.
오크 글렌의 사과시즌은 9월부터 시작돼 12월 중순까지인데 올해는 11월말이면 모든 사과의 수확이 끝날 것으로 과수원 대표 짐 라일리는 전망했다.
라일리는 “약 4,000만개의 사과가 이 곳에서 수확되는데 사과를 재배하기로는 캘리포니아에서 최적지로 알려져 사과의 맛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수원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사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문을 여는데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사과는 종류에 따라 파운드당 1달러선. 봉지에 담아서 사과를 판다. 사과는 봉지당 10~15달러이다. 사과를 따러 밭으로 들어갈 때 타는 옛 포장마차도 인상적이다.
사과 외에도 산딸기와 배 그리고 호박도 직접 딸 수 있다. 방문객들이 직접 짜서 마시는 애플사이더가 인기다.
문의 (909)797-5145, 797-9108
오크 글렌의 또 다른 유명한 과수원은 약 100년 동안 한 가족이 운영해 오고 있는 로스 리오스(Los Rios) 과수원. 이 곳 역시 포장마차로 과수원을 구경한다. 30여종의 사과를 직접 따서 구입할 수 있으며 오븐에서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사과 파이가 일품이다.
문의 (909)797-1005
스노라인(Snowline·39400 Oak Glen Rd.)과수원에 가면 오크 글렌에서 가장 오래된 110년된 밤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과 외에도 애플 버터, 벌꿀, 말린 과일, 산딸기 등이 유명하다.
경치 좋은 피크닉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1898년에 만들어진 과일 포장공장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침을 제공하는 여관이 있는데 방은 예약을 해야만 구할 수 있다. 문의 (909)797-3415
윌셔스 애플 셰드(Wilshire’s Apple Shed·11925 S. Oak Glen Rd.)는 사과와 주스는 물론 골동품도 판매한다.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식당이 문을 여는데 각종 커피와 과일 케익이 유명하다.
문의 (909)797-8731
페들러스 팩(Peddler’s Pack·909-790-0774) 과수원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공해 사과만을 판매하며 로스 사이더 밀(Law’s Cider Mill·909-797-1459)은 사과 주스로 유명한 곳이다.
가는 길 LA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고 가다 15번 프리웨이와 샌버나디노시를 지나치면 유카이파 블러버드(Yucaipa Bl.)가 나오면 내린다. 유카이파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오크 글렌 로드를 만나면 좌회전, 5마일 정도 북쪽으로 가면 과수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라일리 과수원은 프리웨이에서 8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줄리안 (Ju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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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시즌 오픈과 함께 주말마다 각종 행사가 이어지는 줄리안.

사과의 도시 줄리안은 지난해 산불로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클리블랜드 포레스트 남동부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수십만 에이커를 태우면서 산간 마을인 줄리안을 향해 거세게 전진했기 때문이다.
산불을 이겨낸 줄리안에는 10여개의 사과 농장들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부분 11월말까지 일반에게 공개된다.
줄리안은 샌디에고와 LA 중간지점에 있는 산 속의 도시로 한 때 금이 발견되면서 타운이 형성된 곳이다.
줄리안에서 가장 사과가 맛있기로 소문난 과수원은 타운에서 2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파머스 마운틴 베일 랜치(Farmers Mountain Vale Ranch·4510 Highway 78). 사과의 알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향기가 강하고 아주 달다. 직접 짜서 판매하는 애플 사이다와 빵들이 유명하고 동물농장이 있어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그럴 듯한 피크닉 장소도 있다. 문의 (760)765-0188
다운타운에 있는 줄리안 사이다 밀(Julian Cider Mill·760-765-1430)은 이름 그대로 애플주스를 만드는 공장이다. 20여종의 사과가 있으며 사탕, 벌꿀, 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한편 줄리안에서는 매년 가을철 주말이면 다양하고 독특한 미술 공예품들이 전시 및 판매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화가들과 장인들이 제작한 전시 작품들은 다가오는 할러데이 시즌을 위해 독특한 선물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행사는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타운 홀에서 계속되며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
가는 길 LA에서 5번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가다 라호야(La Jolla)까지 가면 내륙으로 빠지는 52번 하이웨이를 만난다. 이 길을 동쪽으로 따라가다 보면 산쪽으로 연결되는 78번 하이웨이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역시 동쪽으로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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