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영의 시장’ (Vanity Fair)★★★

2004-09-03 (금)
크게 작게
‘허영의 시장’ (Vanity Fair)★★★

베키(리스 위더스푼)가 친구의 애인 조지와 춤을 추며 교태를 떨고 있다.

신데렐라 되고픈 고아출신 여인의 삶

영국작가 윌리엄 대커리의 소설에 나오는 신분상승에 혈안이 된 고아 출신의 똑똑하고 간교한 여인 베키 샤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다채로운 의상극이다. 인도계 여류감독 미라 나이르는 방대한 내용의 이야기를 압축해 다루면서 튼튼한 구심점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역부족인 느낌. 색채미가 화려하고 의상과, 세트 등도 모두 훌륭하고 연기들도 무난한 편이지만 얘기가 에피소드식으로 산만하다. 또 잡다한 인물들의 상호 관계묘사나 화학작용도 부족하다. 베키라는 요부의 신랄한 맛을 제대로 못 살리고 있으며 극적 굴곡이나 총기도 모자라 그저 무덤덤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현대적으로 생긴 리스 위더스푼(‘금발 변호사’)이 베키로나와 열연을 하나 썩 잘된 배역 선정이 아니다. 주인공 이름처럼 샤프하지 못하다.
19세기 초. 고아 출신으로 공부를 많이 한 베키는 곰팡내 나는 피트경(밥 하스킨스가 광대 같다) 집의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상류사회에 첫 발을 디딘다. 베키는 피트의 친척으로 유산상속자인 미남 건달 로던(제임스 퓨어포이)과 눈이 맞는데 로던에게 재산을 물려줄 냉소적인 노파 마틸다(아일린 애트킨스)의 눈에 들어 런던으로 진출한다.
여기서부터 베키는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베키는 로던과 결혼해 임신하나 이 수단은 역효과를 내 서민여자 베키와 결혼한 로던은 마틸다의 금기인물이 된다. 도박밖에 모르는 로던 때문에 베키는 알거지가 되다시피 하면서도 끝내 남편을 버리지 않는다.
베키와 정반대 스타일의 여자가 베키와 한 학교를 다닌 친구 아멜리아(로몰라 가라이). 중산층의 딸로 온전한 정신을 지닌 아멜리아는 오만한 멋쟁이 조지(조나산 라이스 마이어스)와 사랑하나 조지의 부친으로 거상인 오스본(짐 브론드벤트)의 격한 반대를 받는다.
가난에 쪼들리는 베키를 도와주는 남자가 스타인 후작(게이브리엘 번)인데 베키는 어떻게 해서든 한 번 들어간 상류층에서 이탈되지 않으려고 스타인 외에도 돈과 세력이 있는 사람들 앞에서 온갖 교태를 부린다. 그러나 베키는 원위치로 돌아가고 만다. PG-13. Focus. 전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