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주 남은 방학 마무리 알차게

2004-08-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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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남은 방학 마무리 알차게

개학까지 얼마 남지 않은 주말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통해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느즌한 생활리듬 바꿔가야

방학 시작할 때 만든 생활 계획표는 거창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 공부, 독서, 피아노 연습, 저녁 식사 후 매일 일기 쓰고 잠자리에 든다는 것까지. 도저히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으니 방학 첫날부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음은 당연지사. 문제는 방학 끝 무렵 생기는 ‘개학 공포 증후군’이다. 방학 숙제야 어떻게든 친구들 것 베끼면 해결이 됐지만 2달치나 되는 일기는 무슨 재주로 하루아침에 다 쓴단 말인가. 여러 자루의 연필을 옆에 가져다 놓고 옥수수 삶아 먹은 얘기, 어린이 대공원 갔던 얘기로부터 수영장 가서 입술이 시퍼렇게 되도록 수영했던 얘기까지 엮어 냈던 기억이란. 30년 전 한국 땅에서 개학을 맞았던 우리들과 오늘 날 미국 땅에서 백투스쿨을 앞두고 있는 자녀들의 상황이 그리 많이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개학을 앞둔 시기는 당사자인 자녀들과 부모들 모두에게 긴장의 시간이다.

개학공포 증후군 대비 기분전환 나들이 좋아


학부모 3명 가운데 한 명은 일년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가 바로 백투스쿨 때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스탠포드 대학의 라파엘 펠라요(Rafael Pelayo) 박사는 백투스쿨 기간인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더 많은 부모들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름 방학 기간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던 이들도 다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일찍 일어나고 밤에는 숙제를 마치도록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어느덧 8월도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김정은(39, 스몰 월드 어린이 학교 교사)씨가 아들 승우(9, 캐슬 베이 초등학교 3학년) 군의 백투스쿨을 함께 준비한 것도 벌써 3번째.
나이답지 않게 모든 것을 알아서 하는 아들이라 다른 엄마들처럼 가슴이 조마조마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백투스쿨 시기는 적지 않게 신경이 쓰인다.
지난 주말 그녀는 승우와 함께 백투스쿨 샤핑에 나섰다. 돌아보면 새 학년을 맞아 교과서를 예쁜 포장지로 싸고 공책과 연필을 구입하던 과정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기쁨이었던가.
그녀는 승우가 원하는 문구류를 함께 구입하며 아들의 학교생활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필통과 연필, 바인더를 고르는 승우는 올 한 해 동안 배우게 될 지식과 가슴으로 받아들일 체험들에 대한 기대를 엄마에게 속삭여온다.
티셔츠와 반바지, 신발, 가방도 새것으로 몇 점 마련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탓에 작년에 샀던 옷들도 벌써 꼭 끼지만 엄마로서는 잘 커주는 게 눈물나게 고마울 뿐이다.
이제껏 등 뒤에 가방을 매고 다니던 승우는 친구들이 끌고 다니는 새로운 스타일의 가방이 맘에 드는지 매장에 진열된 제품을 끌어 보이며 엄마의 자문을 구한다.
도시락을 싸 갈 때 사용할 브라운 백과 샌드위치 백도 구입했다. 행여 김치 국물 샐까 노심초사하며 김치를 반찬 삼아 양은 도시락에 밥을 싸 갔던 엄마 어렸을 적과는 상당히 다른 도시락이다.

기대감에 들떠 백투스쿨 물품을 함께 샤핑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준비라는 것을 그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번 주부터 그녀는 승우의 취침 시간을 조금 야박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재조정하려 한다. 함께 TV를 보기도 하고 게임을 즐기기도 하며 평소보다 늦게 자는 밤이 많았던 게 방학 기간.
개학을 앞두고 제일 먼저 조정해야 할 것은 바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그래야 아침에 무리 없이 제 시간에 일어나 수업에 늦지 않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던 아침 시간 역시 다음 주부터는 바짝 탄력을 줄 계획이다. 어물쩡거리며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은 다음 주부터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이렇게 생활방식을 학교생활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백투스쿨 준비라고 그녀는 얘기한다.
또 한 가지 있다. 올 한해도 얼마나 멋진 학년이 될 것인지 자녀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
백투스쿨에 대해 정신적인 부담감을 갖기는 학부모나 자녀들이나 매한가지.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본래 변화란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부모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 자녀들 역시 이 시기를 지혜롭게 보낼 수 있다. 새로운 환경으로의 전환은 자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얼마 남지 않은 방학. 그녀는 승우와 함께 방학 시작할 때 했던 계획들을 얼마나 달성 했나 돌아본다. 자연에 파묻혀 좋은 시간을 보내는 캠핑을 한 번 다녀왔으니 됐고, 책도 읽을 만큼 본 것 같다. 롤로 블레이드를 가르쳐야지 했던 계획 역시 실행했다.
다음 주말에는 바닷가로 나가 개학 전 신나게 한번 롤로 블레이드를 타게 해야겠다. 수영도 가르치려 했는데 아직 못 했다. 하지만 아직 2주 정도 시간이 있으니 그리 무리한 계획은 아니다. 아이들은 뭐든 빨리 배우니까.
자녀들과 가족 모두에게 있어 새로운 변화를 의미하는 백투스쿨. 함께 문구류를 구입하고 새 학기를 준비하던 세세한 일들을 자녀들은 20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부모들의 사랑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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