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으로 떠나는 자연여행

2004-08-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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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으로 떠나는 자연여행

LA에서 23마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의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은 사암과 화산암 암반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으며 각종 레크리에이션과 캠핑 시설이 완벽해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방문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글렌데일 몬테소리 스쿨 서머캠프 동반취재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Santa Monica Mountains National Recreation Area)에 있는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은 LA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연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TV 프로그램 매쉬(MASH)의 촬영지였던 이 곳은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알고 로케이션을 선택했는지는 몰라도 주변의 산세가 한국의 산악지역과 매우 유사하다.
고산 지역이 아닐 경우 남가주 대부분의 언덕들은 구릉이 완만하고 소나무나 바위보다는 초목으로 우거진 낮은 언덕을 형성한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의 산간지역과 비슷하게 사암과 화산암 암반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으며 선사시대에 살았던 인디언들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석굴과 각종 석조물들도 많이 있다.
길 따라 곳곳에 샌타모니카 해안지역 표토층의 특징인데 고고학적으로도 가치가 크고 하이커들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캠핑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으로 어린 학생들의 단체 캠핑단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공원 레인저가 가이드로 나오는 각종 서머 프로그램들로도 유명하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과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으로 여름방학 자연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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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세·계곡 닮아 ‘미국속 도봉산’

지형·코스 및 각종 시설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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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부 크릭은 맑은 물이 흘러내리면서 자연 수영장을 만들어낸다.

총 7,000여 에이커… 하이킹 코스 다양
한국전 소개 인기 TV프로 ‘매쉬’촬영지
가족캠핑장 50여개, 주말엔 예약 어려워

1828년 스페인 국왕의 토지 하사로 샌빈센트 샌타모니카와 보카드 샌타모니카 랜초(rancho)가 생겨 이 두 개의 목장 이름에서 일대가 샌타모니카 산맥으로 불리게 됐다.
이 대형 목장은 미국 땅이 되면서 분할돼 주인이 바뀌면서 트리펫 랜치 등 목장으로 이용되었다가 20세기 초반 대부분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으로 다시 전환되면서 남가주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처로 남게 된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은 부촌으로 이름난 말리부 비치에서 북쪽으로 6마일 정도 지점에 있다. 인근에 있는 토팽가 캐년 주립공원과 더불어 캘리포니아에서 면적이 가장 크면서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많이 있는 공원으로 꼽힌다.
7,000에이커를 웃도는 메가 사이즈에 왕복이 1마일밖에 안 되는 짧은 코스에서 10마일이 넘는 장거리용 코스까지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하이킹에 익숙한 베테런은 물론 초보자까지 누구나 체력에 맞게 적당한 코스를 택해서 걷고 올 수 있다.
8월초인 지난주 밸리 내륙지역의 기온은 화씨 10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계속됐지만 글렌데일 몬테소리 스쿨의 서머 캠프단과 방문한 공원은 80도 정도의 온화한 날씨였다. 하이킹과 자연 탐사 활동이 캠프의 주프로그램이었는데 1~2 저학년 어린이들이 즐겁게 하이킹을 떠날 수 있는 코스가 여러 개 있었다.
이 곳의 가장 유명한 코스는 공원 입구에서 남쪽으로 500여미터 들어가면 나오는 비지터센터로 향하는 하이킹 코스. 비지터센터까지 0.7마일 동안 떡갈나무 터널 밑을 뚫고 한쪽으로 샌타모니카 마운틴의 높은 산간과 또 한쪽으로는 티피아(Tipia) 랜치의 완만한 구릉의 아름다운 산세를 구경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팍 로드 양옆에 울창한 참나무, 느티나무 숲이 있어 늦여름을 뜨거운 햇볕을 가려준다.
중간에 말리부 크릭 계곡류를 만나는데 시원한 샌타모니카 마운틴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물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즐긴다. 바위 사이로 가재, 올챙이, 어린 송어들이 재빠르게 움직이는데 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비지터센터에서 더욱 깊숙이 0.5마일 정도 들어가면 한국의 도봉산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바위군을 만나게 된다. 풍화작용으로 바위 표면에 수천개의 제비집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이 암벽 타기에 좋은 손잡이 역할을 한다.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먼저 구멍을 이용해 바위 위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아이들이 탐험하기 좋은 또 다른 코스는 캠핑장에서 동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짧은 트레일. 특히 이 길은 달 밝은 밤에 나이트 하이킹으로 그만이다. 매미 소리를 배경으로 카요테, 부엉이, 라쿤 등 야생 동물들을 관찰하게 되는데 어둠을 헤쳐가며 향하는 하이킹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독립정신을 길러주게 된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에는 50여개의 가족 캠핑장과 60명이 단체로 캠핑을 할 수 있는 그룹 캠핑장이 있다. 캠핑장에 수도(온수), 샤워, 화장실, 바비큐, 테이블, 캠프파이어 피트(pit) 등 모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보니 주말에는 예약이 쉽지 않다. 주중에는 지금도 예약이 가능하다. 예약은 리저브 아메리카(reserveamerica.com, 800-444-PARK)를 이용한다. 피크닉도 할 수 있는 공원의 하루 사용료는 차량당 5달러이다.

비지터센터


말리부 크릭 비지터센터를 포함한 샌타모니카 마운틴 국유림 비지터센터는 남가주 여러 방문객센터 중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네이처 워크, 버드 워치, 워터폴 하이크, 패밀리 워크, 문라이트 워크 등 30여개의 프로그램이 여름철을 맞아 매일 실시되고 있다.
말리부 크릭 비지터센터는 들어서면서부터 자연생태계와 관련된 많은 자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도마뱀, 뱀, 두더지 등이 살아 움직이는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으며 인디언 유물, 광물 그리고 화석 등을 전시하는 곳도 있다. 지역 생태계와 관련된 서적들이 구비된 도서관이 있으며 작은 선물점도 있다. 센터는 피크닉 그라운드로 둘러싸여 있다.
센터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일부를 살펴볼 것 같으면 먼저 이 지역 조류를 관찰하는 버드 워크(Bird Walk) 하이킹이 있다.
갈매기, 부엉이, 제비 등 지역 들새들에 대한 공부를 하게되는데 조류 박사들이 그룹을 리드한다. 작은 망원경을 준비하면 좋다. 레인저가 온 가족을 함께 초대하는 패밀리 웍도 있다. 매달 만월에는 문라이트(Moonlight) 하이킹이 열린다. 보름달을 보면서 하는 색다른 하이킹으로 청소년들이 좋아한다.
다.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의 비지터센터는 매주 토~일요일 정보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주소 및 문의 1925 Las Virgenes Rd. Calabasas, CA 91302, (818)880-0350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 방문 주의점

▲간편한 신발은 기본. 하이킹 슈즈나 운동화는 꼭 준비한다.
▲이 곳은 벼룩이 많다. 하이킹을 하고 나서 몸에 벼룩이 없는지를 꼭 확인한다.
▲방울뱀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저녁 무렵 바위 등을 들추지 말아야 한다. 뱀에 물릴 경우 입으로 뱀의 독을 뽑아내는 행동 등을 삼가고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옮긴다.
▲포이즌 아이비(Poison Ivy)를 조심한다. 하이킹 트레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포이즌 아이비와 접촉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산불을 조심한다. 하이킹을 하면서 절대 담배를 피지 말고 캠프파이어는 꼭 레인저의 허가를 받고 실시한다.
▲하이킹 할 때는 항상 마실 물을 준비한다.


샌타모니카 마운틴 관광명소

엔시날 캐년

벤추라카운티 사우전옥스(Thousand Oaks)에서 시작되어 꼬불꼬불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23번 도로와 23번 도로와 연결되는 엔시날 캐년 로드(Encinal Canyon Rd.)와 리틀 시카모어 캐년(Little Sycamore Canyon)은 샌타모니카 마운틴 최고의 드라이빙 코스다.
사우전옥스 웨스트 레이크 블러버드에서 시작되는 23번 도로는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으로 잔잔한 호수(Lake Eleanor)가 방문객을 맞는다. 수면을 가로지르는 물새들이 산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샌타모니카 마운틴을 넘어가는 도로는 매우 좁다. 힘겹게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옆 벼랑에서 떨어진 돌멩이들이 뒹굴고 있어 운전에 주의가 요망되는 곳이다.
도로변에 늘어선 나무들은 싱그러운 여름을 물씬 풍기고 있다. 곳곳에는 말과 소들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롭게 새김질을 하고, 오래된 농가 옆에 방치된 곧 쓰러질 듯한 헛간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파른 능선 길을 회전하며 반시간여 오르면 펑퍼짐한 고갯마루 위에 올라선다. 벤추라 지역의 멋진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오고 언덕 너머에는 채널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탁 트인 태평양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하늘의 구름과 어우러진 바다를 바라보면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면서 가벼운 명상에 잠기게 된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101번 프리웨이 노스를 타고 가다가 사우전옥스에서 웨스트레이크 블러버드 사우스로 갈아타고 산간지역으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은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사우스를 타고 샌타모니카시에서 10번 프리웨이 이스트를 타면 한인타운에 도착하게 된다.

미시모콰 트레일

파랑, 보라, 노랑, 빨강의 갖가지 야생화들이 피어 유명한 곳이다.
화산암 지형이 현저한 ‘미시모콰 트레일’은 계곡 옆으로 형성돼 있으며 고도가 2,400피트로 샌타모니카 산과 추마시 인디언들이 바다와 내륙을 드나들 때 이용했던 ‘트리운포 패스’(Triunfo Pass)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트레일은 시카모어 트리와 떡갈나무가 곳곳에 있어 나무가 많은 지역을 지날 때는 마치 터널 안에 들어선 느낌을 받는다.
인근 능선마다 다양한 모양의 화산암들이 눈에 들어온다. 화산암의 한가운데가 깊게 패여 ‘스플리트 록’(Split Rock)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바위가 초보자들의 목적지다.
트레일을 이곳까지 잡으면 코스는 왕복 2.9마일이 되지만 샌타모니카 산맥의 최고봉인 ‘샌드스톤 팍’(Sandstone Peak·3,111피트)까지 이어지는 트레일은 왕복이 5마일로 만만치 않다.
고도 역시 1,000피트까지 상승, 금방 숨이 차기 때문에 천천히 산을 올라야 한다.
하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면 벤추라 지역이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경치가 전개된다. 좀더 언덕을 넘어 멀리 채널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탁 트인 태평양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하늘의 실구름이 출렁이는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유채화를 만든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10번 프리웨이를 서쪽으로 타고 끝까지 가서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말리부를 지나 예바 부에나 로드(Yerba Buena Rd.)에서 내려 우회전한다. 이곳에서 5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서클 X랜치가 나오는데 여기서 트레일 지도를 받아 1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주차장이 나온다. 소방도로를 따라 0.25마일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트레일 입구가 나온다.


<백두현 기자>
<사진 협조·로버트 스테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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