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낭만의 대학촌 하이델벨그

2004-07-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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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넘치는 젊음,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도 등장

학생감옥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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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촌의 관광명소 ‘학생감옥’. 낙서로 어지럽게 장식되어 있다. 이곳을 거쳐간 인물을 중에는 유명한 정치인, 시인등이 많다. 1912년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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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벨그성은 루이14세의 프랑스군에 의해 두번이나 초토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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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중심가 마켓플라자. 이 부근에 한국인 가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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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전경. 산위에 하이델벨그 성이 있고 그 밑에 대학촌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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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홀과 식당이 줄지은 캠퍼스 골목. 신입생 환영회가 이 골목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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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시음장에 한글로 ‘아이스 와인’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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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백작이 1750년에 제작한 대형 와인 저장통. 22만리터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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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집 벽에 새겨진 한국인 이름. 낙서이름 가운데는 독일 유명인사들도 있다.


독일의 하이델벨그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촌 중의 하나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 등장했던 낭만적인 대학가가 바로 하이델벨그다. 괴테는 하이델벨그를 노래하는 시를 남겼고 미국작가 마크 트웨인은 학생들과 맥주를 마시며 낭만적인 한 달을 이곳에서 보내기도 했다. 작곡가 슈만도 하이델벨그 대학 출신이다.
하이델벨그의 관광명소는 활력 넘치는 대학촌과 아름다운 성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이 전원도시는 인구가 15만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각처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은 연간 300만명이나 된다. 독일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하이델벨그 유학을 꿈꿔 봤을 것이다. 타운 전체가 하나의 그림이다. 하이델벨그 대학은 문과대학이 유명하며 그 중에서도 문학과 철학분야에 이름난 교수들이 많다. 이 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캠퍼스(1370년 창립) 중 하나며 학생감옥과 전통을 자랑하는 신입생 환영 맥주파티가 유명하다.
‘수트덴텐카르쩌’로 불리는 수백년된 학생감옥 내부는 온통 낙서로 장식되어 있으며 이 곳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학생들이 영광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곳을 거쳐간 학생 중에는 후일 사회에 나와 크게 된 인물들이 많았으며 1912년 학생감옥은 폐지되었다.
하이델벨그 산 위에는 그 유명한 하이델벨그 성(사진)이 있다. 과거 하이델벨그 성은 ‘미친 왕’ 루트비히 2세가 살았던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함께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꼽혔었다. 디즈니랜드에 있는 성들이 바로 독일의 성을 모방한 건축양식이다. 한때는 이곳 성주가 보헤미아의 왕도 겸하는 등 위세를 떨쳤으나 그 위세 때문에 합스부르그가의 미움을 사 전쟁에 말려들게 되었다. 이 성은 비텔스바하 왕조의 루돌프 백작에게 하사된 영지로 출발한 것이 그 시작이다.
하이델벨그 성은 좀 특이한 관광지다. ‘현재’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과거’ 아름다웠던 것으로 유명하다. 불에 탄 성을 재건축 하지 않은 그 모습 때문에 이름이 난 성이다.
수많은 시인들과 음악가들이 전쟁의 잔인함과 세월의 덧없음에 대해 하이델벨그 성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고적위원회는 이 성의 폐허 자체를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성을 걸어다니노라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분위기에 꽃과 나무들이 어울려 있어 사색하기에 적격인 고성이며 실제 ‘철학자의 길’이라는 산책 코스가 있다. 누가 이 아름다운 성을 불태웠는가. 프랑스의 루이 14세다. 그는 군대를 보내 두 번이나 하이델벨그를 초토화시켰다. 독일사람들은 하이델벨그 성을 볼 때마다 프랑스에게 받은 모욕을 상기한다고 한다.
한국인의 억척스러움은 이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캠퍼스 중심가 선물센터에 한국인 가게들이 있고 성 근처에는 ‘우리식당’이라는 코리안 레스토랑까지 있다. 한국 유학생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뿐인가. 전통을 자랑하는 ‘줌 로텐옥센’이라는 맥주홀 벽에는 한국인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좌우간 그 극성이 한국인의 에너지인 것 같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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