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만남’

2004-07-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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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일즈를 하다보면 늘 새로운 사람을 찾고 만나게 된다.

그 만남 속에서 새로운 일들이 시작된다. 그것이 전화를 통한 만남이든 얼굴을 맞대는 만남이든 만남이 일어나야 일이 생기기 때문에 늘 만남을 기대하며 살게 된다.

지난 주 나는 남가주 한인 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선교학교에 다녀왔다. 열흘 전쯤 학교측에서 보내온 편지에는 준비물과 약도와 함께 같이 방을 나누어 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경희님이라는 이름을 보며 어떤 분일까 설레이는 생각으로 며칠을 보냈었다.


30대의 젊고 예쁜 박경희 집사가 목에 걸고 있는 그녀의 이름을 보며 꽤 낯익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산다는 길 이름과 어디서 들어 본 듯한 목소리 등이 연상되며 순간적으로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식당에서 나와 강당으로 향해 한 블럭을 걸으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 혹시 전에 전화로 얘기한 적 없어요?”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어머! 맞네요” 그녀는 소리쳤고 우리는 서로 끌어안았다. 자기도 편지를 받고 내 이름을 보며 혹시나 하는 순간이 언뜻 지나갔지만 선교학교와는 연결이 안되어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느냐며 몹시 반가워 했다.

한 달반 전쯤, 나는 Income Property를 팔았을 때 생기는 Capital Gain Tax 문제에 대해 “팔지말고 교환하라”는 1031 Exchange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아파트를 갖고 있는 그녀는 내게 전화상담을 해왔었고 나는 LA Times에 나온 부동산 전망에 대한 기사와 신문에 다 실리지 못한 1031 내용들을 보내주느라 주소를 물으며 몇번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똑똑하고 싹싹하고 상냥한 그녀의 음성은 기분 좋은 전화의 만남이었고, 당분간은 부동산을 팔 생각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꾸준히 정보를 제공해 주리라 생각하며 귀하게 생각했던 만남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우연이라 해도 기막힌 우연이 아닌가. 만약 처음 잘못된 방 배정대로 다른 방에 있었다면, 또 둘 다 처음이라며 서로 챙기는 배려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저 그 많은 무리 속의 한 사람으로 서로 인사하며 지나는 그런 사이었을 지도 모른다. 일로 인해 전화로 만나고 또 선교학교에서 만났다는 우연. 주위의 많은 친구들은 하나님의 섭리가 어찌 그리 오묘할 수 있느냐며 우리의 만남을 축복해 주었다.
만남! 우리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아름다운 만남도 있고 슬픈 만남도 있고 만나지 말았어야 할 아프고 괴로운 만남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만남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나같이, 하는 일이 늘 새사람을 찾고 만나는 것이 일의 시작이 되는 사람에게는 만남처럼 소중한 관계는 없는 것 같다. 일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나는 항상 설레임으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면서 하루를 열고 닫는다. 그리고 또 새로운 만남을 갈망한다.

로라 김<콜드웰뱅커 커머셜 스펙트럼>(323)541-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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