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야하나, 팔아야하나’

2004-06-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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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되나요,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요?”. (바이어)

“지금 집을 내놓아야 하나요, 아니면 내년 봄 시즌에 팔까요?”.(셀러)

천정부지로 오르막 추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불과 지난 한달사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셀러와 바이어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96년이래 거의 10년 가까이 지칠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기차처럼 달려온 부동산 시장이 이제 숨고르기를 시작한 것 같다.


지난 5월 들면서 서서히 나타나던 이같은 현상은 6월부터는 셀러 마켓에서 완전히 바이어 마켓으로 바뀐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급격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정부, 부동산 경제단체, 언론매체, 셀러, 바이어는 물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 에이전트들까지 미처 예상치 못해 더더욱 혼란하다.

에스크로나 동업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에스크로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바이어들이 앞으로 주택가격이 더 내릴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계약금을 손해보면서까지 무리하게 딜을 깨려고 한다는 것이다.

테러사건이후 잔뜩 움츠렸던 부동산 시장은 마치 자유를 만끽하려는 듯이 봇물을 이뤄 지역과 가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주택가격은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됐다.

물론 이같이 남가주 지역 주택가격 급등에는 50년이래 최저 모기지 이자율, 인구 증가, 일자리 증가, 이민 가정 증가 및 이민 자녀들의 주택구입자로의 편입외에도 증권시장 불안, 은행 예금금리 최저치 등 여러가지 요인이 플러스로 작용했다. 즉 돈은 움직여야 하는데 가장 안전하고 재테크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부동산 시장을 선호한 셈이다.

매일 매일 현장을 뛰고 있는 필자는 요즘들어 셀러나 바이어들에게 어떠한 형태의 질문을 받더라도 객관적 통계와 전망을 설명해 주고 최종 판단은 손님이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첫 주택을 장만하려는 바이어들에게는 지금 이자가 좋고 마켓에 물건도 많으니 최선을 다해 좋은 집을 좋은 조건으로 찾아주겠다는 말을 자신있게 하고 있다.

첫 집을 장만하는 것은 세컨드 홈이나 투자용 주택매물과는 달리 고달픈 이민생활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만족감과 자부심, 그리고 각종 세금 혜택과 에퀴티 증가로 인한 재산 증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셀러측에는 투자용으로 구입해 상당한 페이먼트 부담을 가진 주택들은 가능한 한 빨리 처분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렌트도 잘 나가지 않고 렌트비로 모기지 페이먼트를 감당하지 못하는 물건은 투자의 위험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하워드 한 <콜드 웰 뱅커베스트 부동산>(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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