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 밖의 남자’(Facing Windows)★★★½

2004-06-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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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의 남자’(Facing Windows)★★★½

지오바나가 창밖으로 앞집남자를 훔쳐보고 있다.

삶에 찌든 주부, 마지막 결단은…

과거와 역사와 기억 그리고 운명과 우연이 인간의 삶 속으로 엮어 들면서 새 관계를 창조하는 이야기를 아름답고 복잡하고 주도면밀하게 그린 이탈리아 영화다.
전연 관계가 없는 세 사람을 불러놓고 놀라움으로 가득 찬 과거와 미래를 보여 주는 역사에 대한 고찰과 미스터리 그리고 러브스토리가 혼합된 작품이다.
혼란과 어지러움의 세상에서 우리가 간직해야할 동정과 연민, 정열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수수께끼처럼 알쏭달쏭한 내용과 쉽게 다가오지 않는 서술을 통해 마지막에 희망과 자아와 삶의 재발견을 보여준다. 좋은 영화인데 너무 신중하고 멋을 내려고 애써 영화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기가 다소 거북하다.
1943년. 젊은 빵공장 직원이 주인을 살해하고 도주한다. 그로부터 60년 후. 두 아이의 엄마로 아름다운 지오바나(지오바나 메조지오르노)는 박봉에 야근을 하는 남편 필리포(필리포 니그로)를 도와 낮에는 가금류 공장서 일하면서 틈틈이 집에서 과자를 만들어 판다. 착한 남편은 지오바나를 사랑하나 지오바나의 삶에서 이미 열정은 사라졌다.
그런데 어느 날 필리포는 길에서 방황하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노인 다비데(마시모 지로티-영화 완성 전 사망)를 집에 데려오면서 지오바나의 삶에 변화가 시작된다. 노인은 “시모네”라고 한 여인의 이름만 간혹 부를 뿐 아무 기억도 못하는데 지오바나가 과자를 만드는 것을 보자 반죽법을 가르쳐 준다.
한편 지오바나는 자기 아파트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젊은 미남 은행원 로렌조(라울 보바)를 밤마다 훔쳐보면서 막연한 동경과 함께 꺼진 정열의 불씨를 뒤적여본다. 그리고 온통 의문과 신비에 싸인 다비데의 과거가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는 것과 함께 다비데를 통해 지오바나와 로렌조는 강하게 서로에게 이끌려간다. 이제 지오바나는 자신의 삶과 미래에 관해 무언가 결정해야 할 교차로에 도착한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한 영화로 안개 속을 헤매는 것 같은 야릇한 느낌을 준다. 조금만 더 얘기가 튼튼하고 확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감독 페르잔 오즈페텍. R. Sony Pictures Classics. 선셋5(323-848-3500), 파빌리언(310-281-8223), 타운센터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사우스코스트 빌리지(800-FANDANGO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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